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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선수단이 20일 홈에서 서울을 누르고 6강 티켓을 거머쥔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서귀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제주의 ‘상위리그 본능’이 꿈틀거린 순간이었다.

제주는 지난 20일 홈에서 열린 서울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3라운드 맞대결에서 후반 38분 찌아구의 결승포가 터져 1-0으로 이기고 승점 44를 기록, 6위를 차지하며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스플릿시스템 상위리그(그룹A) 막차를 탑승했다. 제주의 이날 6강행 확정은 큰 의미를 지닌다. 1부리그가 12팀으로 짜여져 상·하위 6개 구단씩 스플릿시스템을 하기 시작한 지난 2014년부터 전북과 함께 한 번도 빠짐 없이 상위리그에 오른 ‘유이한’ 팀이 된 것이다. 같은 기업구단 중에서 울산(2015년), 수원(2016년), 포항(2016~2017년), 서울(올해) 등이 1~2번씩 강등권 전쟁인 하위리그로 내려갔거나 내려가는 운명을 받아들었으나 제주는 전북과 더불어 항상 ‘윗 물’에서 노는 팀이 됐다.

사실 제주는 올해 6강은 물론 잔류 싸움에 내몰릴 뻔한 위기에 오래 노출된 적이 있었다. 지난 7월11일 경남전 0-0 무승부부터 지난 달 26일 울산전 2-3 패배까지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8무7패를 기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하위리그행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국가대표 이창민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역시 국가대표 수비수인 오반석이 지난 달 중동으로 떠났다. 여름이적시장에선 변변한 선수 보강도 하질 못했다. 외국인 타깃맨 찌아구는 실력 부족으로 주전 자리에서 점점 밀려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전남전을 1-0으로 이기면서 반등곡선을 그려 결국 6강에 진입했다. 지난 7일 경남전 종료 직전 터진 이동수의 결승포, 그리고 20일 서울전 1-0 승리 등으로 3연승을 내달렸다. 제주는 지난 2015년 스플릿시스템 돌입 전 마지막 경기에서 선두 전북을 제압하고 같은 시간 성남에 패한 인천을 극적으로 제쳐 6강 티켓을 거머쥔 적이 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20일 서울전을 앞두고 “3년 전을 생각하며 경기를 준비했다”고 했는데 그와 선수들의 바람이 결국 찌아구의 6강 확정포로 완성됐다. 조 감독은 2015년 부임 뒤 4년 연속 제주를 6강에 올려놓으며 K리그1에서 실력 있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조 감독은 “지금(6위)보다 더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란 소박한 꿈을 얘기했다. 5경기 남은 상태에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 마지노선인 3위 울산(승점 56)과 12점 차로 벌어진 것을 보면 조 감독의 답변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제주가 아직 ACL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울산이 FA컵에서 우승하고 K리그1에서 3위 이내 진입할 경우 K리그1 4위도 내년 ACL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4위 수원(승점 49), 5위 포항(승점 47)과는 얼마든지 순위다툼을 할 수 있다. 들쭉날쭉한 제주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이제 구단 최초 3년 연속 ACL 진출이란 희망을 살리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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