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4차전, 안우진...병살이다~ [포토]
넥센 안우진이 31일 고척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8회 마운드에서 로맥의 병살을 유도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배우근 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서 5경기에 출전해 15이닝을 던지며 안타 11개(홈런 1개)를 맞았다. 승계주자 실점이 있었지만 자책점은 단 한 점뿐이다. 국가대표를 지난 베테랑들이 즐비한 타선을 상대로 삼진 17개를 솎아 냈다. 3승 1홀드 방어율 0.60이 고졸(휘문고) 신인 안우진(19·넥센)이 10월까지 거둔 포스트시즌 성적이다.

안우진이 마운드에 오르면 궁금증부터 자아낸다. 어떤 공을 던질 것인지보다 마운드에서 어떤 행동과 표정을 지을까에 더 눈길이 모인다. 배운 것은 반드시 활용하는 천재성이 경기를 치를수록 불쑥불쑥 뛰쳐나오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는 제이크 브리검과 에리기 해커 등 팀 외국인 선수들을 벤치마킹했다. 원하는대로 제구가 안되거나 불리한 카운트가 되면 로진을 만지거나 투구판에서 발을 떼는 등 호흡을 고르려는 모습을 보였다. 안우진은 “선배들이 호흡이 빨라지거나 밸런스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수록 천천히 하라고 조언하셨다. 마운드 위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내 페이스로 타자들을 끌고 오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귀담아 들었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나니 외국인 투수들의 행동이 눈에 들어왔다. 연타를 맞거나 제구가 흔들리면 어김없이 마운드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지난 4차전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이 모습을 재현했다.

[포토] 넥센 안우진, 자~ 한번 가볼까?
넥센 히어로즈 안우진이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8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SK와의 경기에서 4-0으로 앞선 8회 투구를 준비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5회초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안우진은 2사 후 최정에게 볼넷을 내줘 1, 2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홈런타자 제이미 로맥. 슬라이더 두 개를 던져 1-1을 만들었지만 궤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3구째 던진 포심은 높게 형성돼 볼. 2볼 1스트라이크로 카운트가 몰리자 안우진은 크게 쉼호흡을 하며 인터벌을 길게 끌었다. 그리고 던진 슬라이더에 로맥이 헛스윙을 해 2-2로 균형을 맞춘 뒤 다시 슬라이더를 선택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안우진은 “호흡이 빨라진 것 같아 인터벌에 차이를 뒀다. 슬라이더 각이 평소에는 종으로 떨어졌는데 이날은 바깥쪽으로 휘는데 그 각이 짧아 장타를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심을)포수쪽으로 더 끌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는데 결과가 따라왔다”며 웃었다.

약관도 되지 않은 고졸 신인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여유 찾는법을 터득한 것만으로도 놀랄 일이다. 안우진은 “김상수 선배가 정말 많은 말씀을 해 주신다. 생활에 관한 조언 뿐만 아니라 타자를 상대하는 노하우도 모두 알려주신다. 메모도 해가며 선배들이 하는 조언을 새기려고 노력하는데 이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넥센이라는 팀에 지명돼 이렇게 좋은 선배님들과 코치님들께 야구를 배울 기회를 얻은 게 너무 좋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한국시리즈 무대도 한 번만 이기면 밟을 수 있기 때문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언젠가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겠지만 안우진은 “그 때를 대비해 메모도 열심히 하고 좋은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노력없는 성장은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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