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휘인 도끼 마닷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을 수도 있고, 한번의 말실수로 천냥빚이 만냥빚으로 불어날 수도 있다.

최근 연예계에 잇따라 제기되는 ‘가족 사기 논란’이 연예인들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다. 유명 연예인들의 부모 사기·채무·비위 의혹이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어떤 연예인은 대중의 비난을 받고, 어떤 연예인은 격려의 박수를 받고 있다. 결정적 차이는 한마디 말이나 부적절한 처신에서 오고 있다.

채널A ‘도시어부’ 출연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은 20년 전 부모님이 지인들에게 거액을 빌려 뉴질랜드로 도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지난 20일 마이크로닷 측은 “사실 무근이며 향후 명예훼손으로 인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허위사실에 대해 고소 등 단호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첫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대부분 의혹이 거짓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가운데 ‘역풍’을 맞았다.

경찰은 신씨 부부에 대한 신병 확보를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대책위원회를 꾸려 공동 대응을 준비 중이다. 그 사이 마이크로닷은 출연중이던 예능에서 ‘통편집’ 되는 증 사실상 연예계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래퍼 도끼(본명 이준경·28)는 어머니가 16년 전 중학교 동창에게 1천여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사건이 재조명되며 구설에 올랐다. 그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의혹을 부인하며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전체 내용 중 극히 일부일 수 있는 “ “1000만원이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 돈은 내 한 달 밥값밖에 안되는 돈”이라는 경솔한 발언을 한게 논란이 됐다. 도끼는 서둘러 피해자에게 어머니의 빚을 대신 갚았다.

한 누리꾼은 마이크로닷 관련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도끼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비와 휘인, 차예련은 최대한 정제된 표현으로 솔직한 심경을 밝힌 점이 대중의 공감을 사고 있다.

가수 겸 배우 비(본명 정지훈·36)는 부모가 과거 떡가게를 운영하던 부모님이 쌀가게에서 쌀과 돈 등 2천500여만원 상당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사태 파악에 나섰다. 처음엔 신중한 반응을 보이던 비 측은 피래 주장 당사자를 만난 뒤 28일 공식 입장을 통해 차용증은 없었고 약속어음 원본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가족에 대한 모욕적인 폭언과 1억원의 합의금을 요청했다. 만난 자리에서 정확한 자료는 직접 확인할 수 없었으며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비 측은 공정한 확인 절차를 통해 확인되는 금액에 한해 아들로서 전액 변제할 것이라 전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상대가 여러 경로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비에게 ‘정면돌파’를 결심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비의 이성적인 결정은 대중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마마무 휘인(본명 정휘인·23)은 친아버지가 지인에게 2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문이 공개되자 아픈 가족사를 공개하며 사과했다. 휘인은 “부모님은 2012년 이혼을 하셨다. 현재 저는 친아버지가 어디에 사시고, 무슨 일을 하시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피해 사실을 접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가족들과 상의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주장하는 한 네티즌은 인터넷으로 휘인 부모님이 ‘위장 이혼’ 했다는 주장을 폈지만 공감을 얻진 못했다.

28일에는 차예련 아버지가 사기로 인해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사실이 알려졌고, 차예련이 사과를 전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열아홉 살 이후 15년 동안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살아왔고 10년간 빚을 갚기 위해 저 나름의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고 밝히며 10년 동안 약 10억원의 빚을 대신 변제하고 당시 채무자들이 촬영장, 소속사 등을 찾아와 두려움을 느꼈다는 심경까지 전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설령 부모가 죄를 지었다 한들 자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건 가혹할 수 있다. 법적으로 ‘연좌제’도 사라진지 오래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연예인이니까 당한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 수록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인 만큼 대중의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데 진실성이 담보된 말과 행동이 필수”라고 말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D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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