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사본 -2016 All New RAV4 (1)
‘RAV4’  제공 | 한국토요타

[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 일본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 소비자들을 기만해 잇따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아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토요타와 한국닛산은 최근 각각 거짓 혹은 과장 광고로 표시광고법 위반 처분을 받아 수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다른 나라에서 무엇보다 신뢰도를 중시해온 일본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무시하며 판매량만 고려한 무리한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등급 속인 한국토요타

공정위는 지난 15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한국토요타에 광고 중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1700만원을 부과했다.

한국토요타는 미국에서 판매한 ‘RAV4’ 모델에 안전 보강재를 넣어 미국의 비영리 자동차 안전연구기관인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으로부터 ‘최고안전차량’으로 선정됐다. IIHS에서 최고안전차량에 선정되려면 5개 충돌실험항목에서 4단계 등급 중 최고 등급(GOOD)을 모두 받아야 한다. 그러나 2014년식 미국 판매 RAV4는 운전석 충돌실험에서 최하 등급(POOR)을 받아 최고안전차량에 선정되지 못했다. 결국 2015∼2016년 미국 판매 RAV4는 안전 보강재를 추가 장착하고서 기준을 만족해 최고안전차량으로 뽑혔다.

하지만 국내에 판매된 RAV4은 보강재를 넣지 않은 모델이었다. 그럼에도 한국토요타는 ‘美 IIHS 최고안전차량’ 문구를 카탈로그나 잡지 등에 넣었다. 그러면서 깨알같이 작은 크기 글씨로 국내 판매모델에는 사양이 다를 수도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소비자가 안전정보를 오인하거나 오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강재를 장착하지 않은 RAV4가 판매된 다른 국가에서는 최고안전차량에 선정됐다는 광고를 한 적이 없다는 점도 공정위 제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연비를 속인 한국닛산

다음날인 16일에는 토요타와 같은 혐의로 한국닛산에 시정명령과 총 9억원 과징금을 내렸다. 또한 한국닛산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국닛산은 2014∼2016년 차량 연비나 배출가스 인증과 관련해 이를 조작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한국닛산은 ‘인피니티 Q50 2.2d’ 차량 부착 스티커, 카탈로그, 홍보물에 연비를 15.1㎞/ℓ로 표시했다. 일본 닛산에서 받은 시험성적서상 실제 연비는 14.6㎞/ℓ였는데 한국닛산이 이를 조작해 관계부처에 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에 적발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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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 제공 | 인피니티코리아

아울러 ‘캐시카이 디젤’을 광고하면서 유럽연합(EU)의 경유차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6’ 기준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은 연간 10만원가량인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된다. 그러나 2016년 환경부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배출가스 재순환장치를 불법으로 조작해 인증을 받았다. 공정위는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기준의 20.8배에 달하는 등 거짓 광고를 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뿌리 깊은 한국 시장 무시 정책

토요타와 닛산의 잇따른 법 위반을 두고 일본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일본 브랜드는 그간 국내에 신차를 선보이면서 자사 신기술 도입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토요타의 경우 해외와 달리 과거 국내에서 판매된 모델에 차선이탈 경고,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보조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 등을 갖춘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 기능이 탑재하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기술은 지난해부터 국내에 선보인 모델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 일본 브랜드 업체들이 자사 이익을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토요타와 한국닛산 모두 판매한 차량 값의 1%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인피니티 Q50 2.2d 차량은 한국에서 2014년 2월부터 11월까지 2040대를 판매돼 6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캐시카이’ 디젤 모델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 824대를 판매돼 2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두 모델의 매출액은 총 900억원에 달한다. 과징금을 낸다고 해도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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