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콜로라도 오승환이 2019년 설을 맞아 스포츠서울과 단독 인터뷰를 한 뒤 자신의 유니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게임이 안돼요.”

‘끝판왕’ 오승환(37·콜로라도)의 팔뚝을 보면 비시즌에 얼마나 치열하게 몸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인기 영화배우 마동석을 연상케 할 정도다. 오승환은 “마동석 씨와 팔씨름을 하면 게임이 안된다. 그 분은 팔씨름을 제대로 배운 분이다. 단순히 힘이 세거나 악력이 좋다고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팔로 겨루는 씨름이라는 용어만으로도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엄청난 기술이 숨겨져 있다는 게 오승환의 설명이다.

그래서 야구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돌직구’의 원천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오승환은 “원천이랄 게 있는가”라며 웃었다. 엄청난 굵기의 팔뚝과 사과를 가로로 손쉽게 쪼갤만큼의 악력이 돌직구를 던지는 비결의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어릴 때부터 볼 회전이 좋다는 평가는 받았다. 그러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 의도적으로 더 많은 회전을 걸어야 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다소 실망(?)스러운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다만 포수 미트에 도달할 때까지 낙차가 줄어들지 않게 바른 회전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서 요즘도 마운드보다 뒤에서 공을 강하게 던지는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오승환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오승환. (스포츠서울 DB)

강한 공을 던지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자신이 던진 공이 어떻게 날아가는지 지켜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그는 “마운드보다 뒤에서 던지면 (거리가 길기 때문에) 내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오래 볼 수 있다. 회전이 바르게 되고 있는지 낙폭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볼 궤적과 회전을 지켜보며 투구 밸런스를 조정하기도 한다. 그는 “모든 투수는 횡으로 회전하며 공을 던진다. 투수들이 왼어깨가 일찍 열렸다(우투수 기준)거나 팔꿈치가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을 받는 이유도 몸이 회전하는 방향과 볼에 회전이 걸리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투수는 포수와 수직으로 선 상태로 투구 동작에 들어간다. 정면을 보고 와인드업을 하더라도 킥 동작을 시작할 때에는 3루 더그아웃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오승환은 “몸은 옆으로 도는데 공은 똑바로 날아가야 한다. 손목 등으로 궤도를 수정할 수는 있지만 불필요한 힘을 쓰면 구위와 제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내 팔이 암머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칭머신 종류 중에 과거 전쟁에서 사용하던 투석기 원리를 활용한 기계가 있다. 주로 빠른 공에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사용한다.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는 것인데 휠이 회전하며 공을 튕겨내는 일반적인 피칭머신과 차이가 있다. 오승환은 자신의 몸을 지렛대 삼아 팔을 암머신처럼 최대한 지면과 수직에 가깝게 회전하도록 신경쓴다. 그는 “상체가 90도 이상 횡으로 회전하면서 투구하기 때문에 공에 바른 회전을 주는게 쉽지 않다. 그래서 느낌만은 암머신처럼 지면과 수직을 유지한 상태로 던진다는 기분을 갖고 이 느낌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승환, 손가락 스트레칭?[포토]
오승환이 30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실제로 마운드에 오르면 여러 생각을 하기 어렵다. 오승환도 “포수 사인대로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나보다는 타자와 더 가까이 있는 포수가 더 정확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자의 노림수나 반응속도 등 투구 이외의 것들을 생각하다보면 밸런스가 깨질 수밖에 없다. 짧은 이닝을 완벽히 막아내야 하는 불펜 투수의 특성이기도 하다. 더 강하고, 더 정확한 공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만한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동력이 자신의 팔을 ‘암머신’이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KT 선수단과 함께 스프링캠프 대비 훈련 중인 오승환은 “마운드 위에서는 던지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성패는 그 다음 문제다. 한국 선수들은 결과를 미리 그리는 경우가 많다. 빅리그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야 자기 것을 만들 수 있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얘기들도 후배들이 물어오면 가감없이 알려줄 계획이다. 오승환이 KT 선수단에 합류한 진짜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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