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월드컵 8차 대회(캘거리)에서 우승한 윤성빈
윤성빈(가운데)이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8~2019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스켈레톤 월드컵 8차 대회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올라 꽃다발을 들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생애 처음으로 ‘올 포디움(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 금자탑을 쌓은 스켈레톤 간판스타 윤성빈(25·강원도청)의 얼굴에서 오랜만에 미소가 피어났다.

윤성빈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8~2019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스켈레톤 월드컵 8차 대회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52초70으로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러시아·1분52초76)를 0.06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달 스위스 생모리츠 6차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딴 그는 마지막 월드컵에서 시상대 정중앙에 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라트비아 시굴다 1차 대회를 비롯해 2차와 7차에서 동메달, 3~5차 대회 은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은 올 시즌 월드컵 8차례 전 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따냈다. 2014~2015시즌 월드컵에 데뷔 이후 5번째 시즌 만에 ‘올 포디움’ 주인공이 됐다.

전 세계 스켈레톤 선수 중 올 포디움을 해낸 건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밖에 없다. 두쿠르스는 지난 2012~2013, 2014~2015, 2015~2016시즌 총 3차례나 ‘올 포디움’을 달성했다. 두쿠르스 외에 아무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만 25세 윤성빈이 해내면서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챔피언의 위용을 맘껏 뽐냈다. 다만 월드컵 랭킹에선 총점 1680점으로 트레티아코프(1704점)에 이어 2위로 마감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시상직 직후 윤성빈의 영상 인터뷰를 보도자료로 보냈다. 평소 무뚝뚝한 그는 이날만큼은 슬쩍 웃었다. “(시즌) 마무리를 금메달로 한 건 팀과, 스스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한 그는 “랭킹 2위로 밀려난 건 아쉽지만 더 채워야 할 게 많음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훈련량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딛고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스켈레톤, 봅슬레이 대표 선수들은 새 시즌을 앞두고 평창 신화를 쓴 ‘홈구장’ 평창 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와 실내 스타트훈련장을 활용하지 못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최고 수준의 훈련장을 보유하게 돼 수월하게 새 시즌을 대비하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운영 주체가 정해지지 않고 사후 관리 방안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으면서 잠정 폐쇄됐다. 지난 여름 캐나다에서 20여일 전지훈련을 했으나 원하는 수준의 훈련량을 채우지는 못했다.

[포토] 이용 감독,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팀의 이용 감독이 IBSF 월드컵 6차 대회를 마친 뒤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용 총감독은 본지와 통화에서 “평창 훈련장을 활용할 수 없어 훈련 뿐 아니라 장비와 썰매 날을 테스트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윤성빈이 경기를 거듭하며 트랙에 적응했다. 마지막까지 흐름을 유지하면서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간의 코스 경험을 되살려 예상보다 빨리 컨디션을 되찾았다는 의미다. 올림픽 이후 한결 성숙해진 드라이빙 기술도 돋보였다. 그는 “윤성빈의 장점은 스타트이나, 올 시즌은 (훈련 부족으로)저조했다. 그럼에도 꾸준한 성적을 낸 건 드라이빙이 많이 좋아졌다. 이제 신성이 아닌 황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노련미가 좋아져서 레이스 흐름을 읽는 게 탁월해졌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에 만족할 순 없다. 그는 “월드컵에서 트레티아코프를 상대로 이길 때는 아슬아슬하게 이겼고, 질 때는 차이가 컸다”며 “훈련량 부족과 장비 테스트가 부족했던 흔적”이라면서 평창 경기장 사후활용이 조속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썰매 종목은 훈련과 장비 관리가 성적에 직결된다. 평창 이전엔 경기장 맞춤 썰매와 날 관리, 훈련 환경이 정부 차원에서 지원돼 완벽한 레이스를 했다”며 “지금은 정부 지원이 평창 대비 70%나 삭감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경쟁국은 지속해서 장비와 날을 연구하는 데 우리는 올림픽 이전에 사용한 장비로 버티고 있다. 이러면 2022베이징올림픽은 승산이 없다. 자동차 경주에서 6000cc와 2000cc의 대결은 승패가 뻔하다. 아무리 운전을 잘한다고 해도 출발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성빈은 다음달 8일 시즌 최대 목표인 캐나다 휘슬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아직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동시 제패한 선수는 없다. 이용 감독은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작년대비 스타트가 0.03~0.05초 늦다”며 “남은 열흘간 체력 보완에 집중하고 스타트 훈련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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