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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조현우의 선방쇼로 골키퍼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점입가경이다.
조현우는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월드컵 이후 주전 골키퍼 자리도 맡아놓은 듯했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감독은 김승규의 손을 들어줬다. 아시안컵 이전 평가전에서 김승규와 조현우를 번갈아가며 실험한 벤투 감독은 김승규에게 아시안컵을 맡겼다. 그리고 다시 경쟁이 시작됐다. 조현우는 돌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6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상대로 단 한 골만을 허용하면서 한국의 2-1 승리에 이바지했다. 월드컵을 연상케 하는 선방쇼를 펼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김승규가 주전으로 낙점받은 이유는 빌드업 전술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벤투 감독은 공격 작업의 기점에 골키퍼가 있기를 바란다. 적재적소에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킥력과 상황 판단력을 중시한다. 이 부분에서 김승규가 앞섰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결국은 모두 한 끗 차이라는 점이 벤투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김승규는 분명히 다른 골키퍼들에 비해 발밑 기술에 우위를 갖고 있으나 압도적이진 않다. 조현우는 빛나는 선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타고난 감각으로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슈팅도 어떻게든 막아낸다. 하지만 경쟁자인 김승규의 슈팅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김승규 역시 수년째 대표팀의 수문장으로서 큰 실수 없이 안정감 있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시안컵에서도 5경기에서 단 두 골만을 내줬다. 8강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기긴 했지만 골키퍼 자리에서 문제가 나오지는 않았다. 경험 면에서도 비슷하다. 조현우는 축구계에서 가장 큰 대회인 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뛰었다. 김승규도 월드컵을 경험했다. 벌써 A매치 43경기에 출전했다.
벤투 감독은 다시 쉽지 않은 고민을 이어가게 됐다.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골키퍼 포지션은 선수들의 실력에 차이가 없어도 중요한 무대에서 로테이션을 돌리기 힘든 자리다. 꾸준한 출전을 통한 경기 경험과 감각 유지가 다른 포지션보다도 더 중요하다. 또 수비진을 리드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골키퍼가 자주 바뀌면 수비진이 흔들릴 수 있다. 후방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무너진다. 3년 후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도 결국은 한 선수가 모든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 치열한 레이스의 2막이 올랐다.
daerye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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