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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뒷문 만큼이나 앞문도 단단하다. LG가 올시즌 마운드 왕국의 위상을 되찾은 원인에는 정우영·고우석의 새로운 필승공식도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선발진의 호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선발진 5명 중 4명이 외국인투수를 방불케하는 무브먼트가 심한 패스트볼을 던진다. 던지는 투수도, 받는 포수도, 그리고 쳐야하는 타자들도 예측할 수 없게 움직이는 공을 앞세워 마운드에 철옹성을 쌓고 있다.
LG는 지난 10일까지 팀 방어율 3.11로 이 부문 정상에 올라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불펜진이 방어율 2.93으로 철벽 뒷문을 형성했고 선발진 또한 방어율 3.26으로 3위다. 외국인 원투펀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각각 방어율 1.62와 2.14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토종 선발진도 최소 실점으로 승리를 이끈다. 지난달 18일 17개월 만에 복귀한 류제국이 지난 11일 잠실 롯데전까지 5번의 선발 등판서 방어율 2.39를 기록하고 있고 이우찬은 중간에서 선발로 자리를 바꾼 후 방어율 1.67의 짠물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LG는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을 포함해 이우찬이 선발 등판한 경기서 5전 전승을 기록했다.
네 투수 모두 무빙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를 괴롭힌다. 윌슨과 켈리의 경우 각각 주무기인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의 구속이 140㎞ 후반대에 달한다. 덧붙여 이들은 각각 수직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싱킹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도 구사한다. 변화무쌍한 두 종류의 패스트볼로 빠르게 범타를 유도하며 긴 이닝을 소화한다. 류제국도 직구(포심) 그립을 잡지 않고 패스트볼 계열은 오로지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만 던진다. 이우찬은 예전부터 장점으로 꼽혔던 컷패스트볼처럼 움직이는 직구가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면서 비상했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1군 투수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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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처럼 KBO리그도 무빙 패스트볼 전성시대다. 과거 제구가 어렵다며 지도자들이 금지하기도 했던 무빙 패스트볼이 이제는 모든 투수가 최소 한 번은 시도해보는 필수 구종이 됐다. 제구만 잡는다면 쉽게 땅볼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피칭이 가능하다. 최근 대부분의 구단이 외국인투수를 영입할 때 투심패스트볼이나 컷패스트볼, 혹은 싱킹패스트볼을 구사하는 투수를 선호한다.
투수 출신인 수도권 A구단 전력분석원은 “과거 KIA 로페즈가 싱킹패스트볼을 구사할 때 리그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 어쩌면 이때부터 움직이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외국인투수 선호 현상이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다”며 “국내 타자들 대다수가 아마추어 시절에는 무빙 패스트볼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똑바로 오는 직구는 150㎞도 칠 수 있지만 움직이는 직구에는 대다수가 애를 먹는다. 지난해 송은범이 투심 패스트볼로 부활한 것처럼 많은 투수들이 움직이는 직구를 장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론 장착이 쉽지 않다. 그냥 던지기는 쉬울지 몰라도 스트라이크존 안에 꾸준히 넣기는 힘들다. 투심이든 컷이든 타고나거나 엄청난 인내심이 있어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시즌 16년 만에 LG 유니폼을 입은 20년차 베테랑 포수 이성우는 호흡을 맞추는 선발투수들의 무브먼트에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정상호와 유강남의 연이은 부상 이탈로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성우는 “류제국, 윌슨, 켈리, 이우찬까지 전부 다 무슨 외국인투수 같다. 그 정도로 무브먼트가 심하다. 특히 우찬이는 직구를 던져도 컷처럼 꺾이거나 체인지업처럼 오다가 떨어진다. 예측할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공 하나하나 긴장하고 집중해서 잘 잡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LG는 포수진 부상에 주전 3루수 김민성까지 엄지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 하위 타순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물론 2루에 이어 3루 수비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3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지난 11일 롯데전에서도 단 한 점만 허용하며 1-1 무승부로 패배를 피했다. 2위 두산과 경기차를 3경기에서 2.5경기로 줄였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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