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KLPGA 정기총회 모습. 사진제공 | K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정관 개정안에 제동을 걸었다. 개정된 정관 중 ‘수석부회장과 부회장, 전무이사를 선출직에서 임명직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정관 개정을 위한 정기총회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던 부분이라 KLPGA의 대응에 눈길이 모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KLPGA가 최근 서면으로 승인 신청을 해온 정관 개정안 3개 중 1가지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반려했다. 이사회는 회장의 권력 독식 구조를 막는 견제 장치인데 주요 임원이 선출직에서 임명직으로 바뀌면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비영리체육단체는 정관을 개정할 때 문체부와 협의해 안을 조각한다. 하지만 KLPGA는 이런 절차 없이 통보 수준의 일방적인 행보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각 구단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이뤄 총재의 권력독식을 막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등 다른 프로 스포츠단체와 이사회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KLPGA는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스카이홀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협회 집행 임원인 수석부회장과 부회장, 전무이사를 기존 대의원 투표로 선출하던 방식에서 회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각 직위는 4년 단임제로, 연임 규정을 폐지했다. 이사회에서 통과된 내용이었지만 총회 당시에도 일부 대의원들의 반발로 장내가 소란스러웠다. 반대 목소리를 낸쪽은 “정관이 개정되면 집행임원이 될 수 있는 이사들이 유권자인 전체 회원에게 인정받기보다 회장에게 인정받기 위해 꼼수를 쓸 수 있다. 회원들을 위한 협회가 돼야 하는데 회장의 독선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KLPGA 김상열 회장(왼쪽)과 강춘자 수석부회장은 독재와 파벌 등 협회 내 산재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순수한 의도의 정관개정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그러자 KLPGA 김상열 회장이 “전무이사도 임기가 4년이다. 그러나 전무이사는 4년간 집행부 구실을 했기 때문에 부회장에 임명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협회 운영에 참여해 잘 끌어가자는 얘기다. (선출직일 때는)수석 부회장 선거 때마다 대인관계 좋고 밥 잘사주는 사람을 뽑는 등 소위 힘의 논리가 지배했다. 이런 폐단을 없애고 싶다”며 거수 표결처리를 강행했다.

단순하게 보면 권력구도가 회원에게서 회장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집행임원을 투표로 뽑으면 어쨌든 이사들을 구워 삶아야 한다. 이사들 역시 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되기 때문에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집행임원을 회장이 임명하면 이사들이 회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문체부가 우려하는 부분도 이 점이다.

KLPGA 관계자는 “2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7월 초에 정기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안을 재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절차상의 문제일 뿐 순수한 의도로 정관 개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큰 탈 없이 수정해 문체부 승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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