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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최강희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김신욱(31)이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블록버스터를 합작한다.
위대한 영화감독에게는 자신의 영화관을 상징하는 특정한 배우가 있다. 흔히 ‘페르소나’라 불리는 이 배우는 감독과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추며 작품 세계를 함께 구축한다. 팀 버튼 감독과 조니뎁,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대표적이다. 축구에서도 이런 상생 관계는 종종 눈에 띈다. 일례로 활동량을 중시하는 축구를 하는 거스 히딩크 감독은 ‘산소탱크’ 박지성을 발탁해 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썼다. 이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도 함께 하며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려놓는 등 인연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김신욱이 최강희 감독의 ‘페르소나’로 거듭났다. 김신욱이 현 소속팀 K리그 전북을 떠나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다
<본지 7월6일 단독 보도>. 이적료 600만 달러(약 70억원)에 3년 연봉 400만 달러(약 47억원)로 추정되는 대형 계약이다. 이런 규모의 이적이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강희 감독의 무한신뢰가 깔려있다. 지난 12월 톈진 취안젠 사령탑으로 중국에 입성한 최강희 감독은 3개월 만에 다롄 이팡으로 옮겨 갔지만 또다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계속 김신욱을 데려오기 위한 작업은 계속됐으나 모기업의 재정난, 구단의 비협조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던 지난 5일 자신의 사단을 모두 끌고 상하이 선화에 새 둥지를 틀었다. 세계적인 공격수 대신 김신욱을 부임 1호 영입 선수로 선택하며 마침내 재회에 성공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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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인연은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았던 2011년부터 시작된다. 196㎝의 장신을 자랑하던 김신욱은 그때까지만 해도 제공권 확보에 국한돼서 쓰인 최전방 자원이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의 가려진 능력에 주목했다. 발기술과 연계 플레이를 높이 사 2선 공격수로도 쓰는 등 ‘윈-윈’ 효과를 가져왔다. 이후 전북 현대의 감독으로 돌아가서도 당시 울산 현대 소속이었던 김신욱에 대한 애정은 계속됐다. 매해 이적 시장이 열릴 때마다 협상을 타진했고 2016년 결국 김신욱은 최강희 감독의 품에 안겼다. 그해 둘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이라는 전북의 숙원사업도 해결했다. 김신욱을 활용해 ‘닥공’의 색깔을 구축한 최강희 감독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무대를 넓힐 수 있었다. 김신욱 역시 자신의 활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최강희 감독의 아래에서 아시아 최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2019년 둘의 만남은 슈퍼리그의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상하이 선화는 올 시즌 슈퍼리그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자금력으로 손꼽히는 모기업 선화 그룹의 명성에 맞지 않는 성적표다. 구단은 유럽 리그에서도 외인을 영입하는 등 확실한 투자로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김신욱의 파괴력까지 전해진다면 강등권 탈출은 물론 중상위권 도약까지 기대해볼 만하다.
K리그 선두 경쟁에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 시즌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전북은 올 시즌 울산, 서울과 3파전 구도 아래 레이스를 이어왔다. 김신욱은 16라운드까지 리그 득점 2위(8골)를 지키던 전북 공격의 1옵션이었다. 당장 7월의 일정만 봐도 대구(10일), 울산(14일), 서울(29일) 등 상위권 팀들을 연이어 줄상대해야 한다. 라이벌전에서의 패배는 1패 이상의 내상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칫 연패로 이어졌다가는 중위권으로 미끄러지는 건 순식간이다. 전북으로서는 “최강희 감독께 식사 대접 한 번 해야겠다”는 최용수 서울 감독의 농담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동국과 로페즈 등 기존 자원들의 부진이 눈에 띄는 가운데 외국인선수에 가까운 활약을 해온 김신욱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선두권 수성의 과제로 남는다.
김신욱의 이적이 중국 슈퍼리그는 물론 K리그 판도까지 뒤흔들 초강력 태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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