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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최우수선수(MVP)라니 기분이 째질 것 같습니다.”
김나연(20·목포과학대)은 “MVP는 생애 처음”이라며 수화기 너머에서 내내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13일 해남 우슬체육관에서 마친 ‘2019 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해남대회’ 여대부 결승경기에서 목포과학대는 서울여대를 세트스코어 3-1(25-9 15-25 25-13 25-16)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일등공신은 김나연이었다. 172㎝로 크지 않은 키의 레프트지만 전위와 후위에서 긴 랠리를 마무리지으며 연속 득점을 폭발하는 등 ‘에이스’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그는 “2학년이 되다 보니 공격에 대한 책임감이 늘어났다. 코트에서 해결하려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은 열심히 해도 수상의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체육관을 찾은 지인들이 더 많은 축하를 해줬다”고 기뻐했다.
사실 여대부 선수들에게 MVP가 주어지는 무대는 많지 않다. 전국에 팀이 5개뿐이고 풀 시즌을 치르는 리그는 없다. 남자 선수들은 대학을 거치고 프로에 입단하는 반면 여자 선수는 고교를 졸업한 후 바로 프로팀 문을 두드린다. 그 다음 순위는 실업팀이고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외인구단’이나 다름없는 구성이다. 엘리트 출신이 아닌 선수들이 벤치를 지키기도 하고 심판을 보다가 옷만 갈아입고 선수로 뛰는 일도 잦다. 누구 하나라도 부상을 당하는 날에는 경기하기 위한 최소 인원(6명)을 채우지 못해 기권패를 당하기도 한다.
대구삼덕초 4학년 시절 처음 배구공을 잡은 김나연도 대구일중, 대구여고를 거치며 V리그를 꿈꿨다. 그러나 프로 진출의 바늘구멍을 뚫지 못하고 실업 무대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실업무대 진출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라고 돌이켰다. 김나연은 “당시 코치님이 실업팀을 더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내가 대학교에 가겠다고 말했다. 부모님도 처음엔 말리셨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며 “평생 운동만 하다 보니 공부로도 쉽게 빠질 수 없더라. 운동하는 사람들만 만나왔기 때문에 소통에 서투른 게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이런 부분에 대해 더 배우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목포과학대는 2년제 대학교다. 김나연은 재학 중 스포츠테이핑, 스포츠마사지, 방과후지도자, 스포츠인성교육 등 학생 때 딸 수 있는 자격증을 착실히 모아왔다. 이제 졸업까지 약 6개월을 남겨둔 시점이다. “어떻게든 배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목소리는 진지했다. “그나마 발달한 게 운동신경이다. 이걸 살려서 사회에 나가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고 있다. 실업팀으로 가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기도 하다”고 했다. ‘둘 중 하나를 골라보라’는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못했지만 사회인 김나연의 미래에도 여전히 ‘배구’는 1순위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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