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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인도네시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갖가지 진출 전략이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 대국이자 동남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평가받지만 시장에 대한 기여를 진입 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수출과 기술 수출을 위해 인도네시아 업체·기관과 파트너십을 맺는 국내 제약·바이오업체가 꾸준히 늘고 있다. 법인·공장 설립부터 기술 이전(판매), 판권 이전 등 형식도 다양하다.
이는 인도네시아 의약품 시장 특성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부 업체가 의약품을 유통·판매하기 위해선 생산설비를 갖춘 현지회사와 협력하거나 생산시설을 직접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5년 안에 해당 의약품에 대한 기술 이전을 통해 현지에서 제조될 수 있도록 하는 사항도 있다.
이러한 규제에도 인도네시아는 내수 시장 포화로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사에겐 매력적인 시장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6953만명으로 세계 4위다. 제약시장 규모는 지난해 8조원으로 매년 10%가 넘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오는 2023년에는 1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의약품 인도네시아 수출액은 약 1161억원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베트남-태국에 이어 세 번째다. 현 시장 규모와 수출액을 비교해보면 국내사에겐 ‘기회의 땅’인 셈이다. 지난 7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인도네시아제약협회와 수출·입 확대 등을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에 대웅제약·동아에스티·종근당 등 일부 전통제약사들은 현지화 전략을 곧바로 추진했다. 대웅제약은 2012년 현지 바이오업체와 인도네시아 의약품 생산 벤처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6년 ‘대웅인피온 공장’을 완공했으며, 2017년에는 빈혈치료제 ‘에포디온’을 발매했다.
종근당도 2015년 현지 제약사 오토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2016년 항암제 생산공장 설립에 공동 투자했다. 지난해 9월 정부로부터 승인받고, 지난 7월 준공식을 열었다. 종근당은 올해 하반기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해외 진출을 위한 첫 전진기지라는 점에서 종근당에게 의미는 더욱 크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6월 현지 제약사 컴비파와 협력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PT 컴비파 동아 인도네시아’를 지었다. 이 공장은 2020년부터 빈혈치료제와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공략은 공장 설립을 통한 현지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최근 SK플라즈마는 현지 제약사와 ‘혈액제제 위탁생산·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제품 허가·수출과 함께 기술이전, 공장설립 등이 담겨있다.
녹십자엠에스(MS)도 지난해 초 현지 업체와 혈액백 제품공급·제조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녹십자엠에스 완제품을 현지에 우선 공급하고, 향후에는 기술이전을 받은 현지 업체가 지은 공장에서 만든 제품으로 납품하는 방식이다.
보령제약은 다국적 유통업체를 통한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2015년 다국적 유통업체 쥴릭파마 자회사와 고혈압약 ‘카나브’에 대한 동남아 13개국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카나브 제품군이 늘어날 때마다 계약을 확대했다. 이 동남아 13개국에 인도네시아가 포함돼있으며,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서 첫 발매가 이뤄졌다. 이 계약들은 2031년부터 차차 종료된다.
이와는 별개로 인도네시아 시장 장벽은 앞으로 더 두터워질 것으로 예고돼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는 10월 17일부터 신(新) 할랄인증법을 시행한다. 관리대상품목은 의약품을 비롯해 화장품·식음료품·생물학적제품·유전자공학제품 등이다.
앞서 종근당은 공장 준공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내 항암제 공장으로선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은 바 있으며, 대웅제약도 연내 바이오의약품 공장에 대한 할랄 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eej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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