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교린 우승트로피 키스1
제공 | KLPGA

동료들의 축하 받으며 기뻐하는 박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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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퍼터 빌려준 친구 이가영에게 감사.”

‘루키’ 박교린(20)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첫 우승을 해낸 뒤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박교린은 8일 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대회 최종 2라운드에서 버디 6개 ‘노보기 플레이’를 앞세워 6언더파 66타를 기록, 최종 합계 11언더파 133타로 조정민(10언더파 134타)을 1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박교린은 “루키로 우승까지 하게 돼 기쁘다. 사실 너무 갑작스럽게 우승한 것 같아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감격해했다.

이 대회는 전날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63명의 선수가 2라운드를 끝내지 못했다. 대회 조직위원회(KLPGA, 경기분과위원회, 선수, 스폰서, 골프장)는 이날 잔여 경기와 3라운드를 모두 치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2라운드 36홀로 우승자를 가렸다.

1999년생인 박교린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드림투어 왕중왕전을 제패했다. 박교린은 내년 KLPGA투어 시드 확보를 위해 드림투어를 병행해왔다. 그러나 이 대회 우승과 함께 2021년까지 정규투어 시드를 확보하게 됐다.

올 시즌 정규투어 17차례 대회에 출전했는데 우승은 전무했고 ‘톱10’에 오른 것도 지난 6월 열린 맥콜·용평리조트 오픈(7위)이 유일하다. 그만큼 깜짝 우승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조아연, 이승연, 유해란, 임희정에 이어 올 시즌 루키로는 5번째 우승자가 됐다. 이전까지 신인상포인트에서 25위(779점)였던 그는 이 대회 우승으로 1009점을 확보, 7위로 올라섰다. 박교린은 전날 2라운드 태풍 영향으로 5개 홀을 치렀다. 10번 홀(파4)에서 출발해 14번 홀(파5)을 마친 뒤 짐을 쌌다. 10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선두 이다연에게 3타 뒤진 공동 5위를 달렸다. 하루 뒤 재개된 2라운드 15번 홀(파4)에서 그는 곧바로 버디를 잡은 데 이어 2~3번 홀 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됐다. 7번 홀(파4)에서 또다시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그는 8번 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해내면서 우승을 조기에 확정했다.

다음은 박교린과 일문일답- 15번 홀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우승 기회가 있으리라고 여겼나.

우승 생각도 못했다. 매홀 열심히 하자고만 생각했다.

(스코어를 알고 쳤나?)

전혀 모르고 쳤다.

- 라운드를 끝낸 뒤엔 순위표를 확인했을텐데, 리더보드 최상단에 있는 것을 보고 어떤 기분이었나.

어쩌면 첫 우승 기회가 오겠다고 여겼다. 우승이라고 단정짓긴 어려웠다. 남은 선수, 홀이 많았다. 딱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올 시즌 앞서 루키의 우승이 네 번이나 나왔다. 반면 본인이 톱10에 한 번밖에 들지 못하는 등 주목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는데.

루키 시즌이니까 시드 유지를 위해서 대회에 임했다.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했다. 2주 사이 칼을 많이 갈았다. 연습을 많이 했다. 손에 피도 몇 번 났다. 그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 퍼터를 빌려서 쳤다고.

원래 쓰던 퍼터가 있는데 너무 퍼트가 안 됐다. 때마침 친구인 이가영에게 요즘 핫한 아이템이 있다더라. 그 친구가 (퍼터) 두 개를 갖고 있어서 하나를 빌려서 한화클래식 대회부터 연습했다. 센터퍼터를 처음 쳐본다. 내게 맞는 것 같더라. 이가영이 ‘내 퍼터 덕분’이라고 한다. 오늘 (한턱 쏘려고) 저녁 약속을 잡았다.

- 대회가 날씨 영향으로 어수선하게 2라운드 36홀로 줄었는데.

아무래도 연습을 많이 했기에 스스로 믿을 수 있었다. 퍼트보다 샷이 장점이니까 지금까지 해온 것을 충분히 살려서 한 것 같다.

- 태풍 영향으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전날) 날씨가 좋을 때 라운드를 돌았기에 ‘운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도 있는데.

운이 좋았던 건 맞다. 아직 완벽한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시드 확보가 급선무였고 목표였다. 이제 첫 우승으로 목표 설정이 달라질 것 같은데.

이 대회를 하기 전까지는 늘 시드 확보가 목표였다. 우승했으니까 신인상 포인트에서 조아연이 높은데 이 우승을 계기로 한 발짝 더 다가간 것 같다. 아직 시즌 끝날 때까지 누가될지 모른다. 지금부터 목표를 신인왕으로 두고 더 열심히 하고 싶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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