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복 유인식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대규모 스케일과 연출진들의 사명감,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배가본드’의 자신감엔 이유가 있었다.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씨네Q 신도림점에서는 SBS 새 금토극 ‘배가본드’ 시사회 및 제작진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유인식 감독, 이길복 촬영감독이 참석에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승기, 배수지 주연의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는 드라마. 가족도, 소속도, 심지어 이름도 잃은 ‘방랑자(Vagabond)’들의 위험천만하고 적나라한 모험이 펼쳐지는 첩보액션멜로다. 이승기는 극중 열혈 스턴트맨 차달건 역을, 배수지는 국정원 직원의 신분을 숨기고 주 모로코 한국대사관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는 블랙요원 고해리 역을 맡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약 한시간 가량 ‘배가본드’ 시사회가 진행됐다. 시사회에는 정만식, 장혁진, 박아인, 강경헌 등이 함께 참석했다. 이날 시사회에선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압도적인 스케일과 모로코 등 해외를 배경으로 한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 액션신이 눈길을 끌었다. 이승기와 배수지는 모로코로 향하던 민항 비행기 추락사고 후 해당 사건에 은폐된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서며 차후 전개될 이야기에 궁금증을 높였다.

‘배가본드’는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을 연출한 유인식 감독과 집필을 맡았던 장영철·정경순 작가가 또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여기에 ‘별에서 온 그대’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한 바 있는 이길복 촬영감독이 가세했다.

유인식 감독은 드라마 시사 후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란게 이런건가 싶다. 찍을 때 생각도 많이 나고 큰 화면으로 보니까 저희가 찍은 드라마가 맞는지 낯설고 신기하다”며 “이 드라마는 제가 처음하는 사전제작 드라마이자 처음하는 해외 로케 촬영이었다. 이렇게 극장 시사를 하는 것도 처음이라 아직도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며 벅찬 심경을 전했다.

첩보액션물인만큼 와이어 액션, 카체이싱 등 고난이도 액션신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배우분들이 정말 고생이 많았다. 물론 아주 고난이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장면은 스턴트 대역이 소화했지만, 안전장치가 충분한 상태에선 본인들이 최대한 액션을 소화했다.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차에 매달리는 장면 등은 이승기가 모두 소화했다. 배우분들의 자기관리 덕분에 부상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단체 화이팅

지난해 6월 촬영을 시작해 1년여 간의 긴 사전제작 기간과 모로코, 포르투갈을 오가는 해외 로케 촬영으로 약 2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그야말로 SBS의 기대작이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부담이 어마어마했다. 안 해본 시도를 하다보면 기존 제작 시스템과 유리되는 부분도 있고 그만큼 성적과 수익을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들어 드라마 스토리라인을 자유롭게 못가는 경우도 있다”는 유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가본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은 해야할 일이라 생각한다. 굉장한 부담감과 사명감 갖고 일을 하고 있다. 기존에 훌륭한 작품이 많아 비교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저희끼린 최대한 스펙터클을 위한 스펙터클은 하지말자며 내용, 인물들 감정에 걸맞는 화면을 구성하려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해외 로케 장소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맨 처음 떠올린 국가는 쿠바였다는 유 감독은 “차달건이란 민간인이 조카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따라오는 설정이다 보니, 정말 낯선 곳에 떨어진 느낌을 받았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도 안통하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곳이었음 했다”며 “당시 쿠바에 허리케인이 오기도 했고, tvN ‘남자친구’ 드라마에서 쿠바 풍경을 아름답게 담았더라. 고민 끝에 더 멀리 가보자 해서 모로코로 갔다. 풍광이 너무 아름답고 이국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사회에서 등장한 비행기 추락사고 장면에선 민간이들의 희생과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을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모든 현대 드라마들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영감을 받는다”며 “저희 드라마가 구상되기 시작한건 4~5년전인데 비단 세월호뿐 아니라 우리들이 기억하고 있는 가슴 아픈 일들이 모두 섞여있다. 그런 기억들을 환기 시킨다면 그에 걸맞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애를 썼다. 특정 사건을 염두해두고 만들진 않았다. 그렇게만 해석되길 바라진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이승기, 배수지의 캐스팅 비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 감독은 “이승기 군이 특전사를 다녀온 후에 여기저기 군대 얘기도 많이 하고, 군에 있을 때부터도 액션 드라마 준비하고 있는데 같이 해보자는 얘기를 했었다”며 “화룡점정을 찍은 건 수지 씨가 캐스팅에 응해줬단거다. 여배우로서 액션도 많고 피곤하기도 하고 아주 예쁘게만 보일 수 없는 역할, 즉 ‘노동강도’가 굉장히 센 역할인데 수지 씨가 ‘재밌겠다”며 응해주셔서 프로젝트의 날개를 달 수 있었다. 연출로서 제 인복이 극에 달한 캐스팅이라 생각하며 연출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배가본드‘의 주인공 이승기와 수지는 지난 2013년 MBC ‘구가의서’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인연이 있다. 실제로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 했다고. 유 감독은 ”이승기 수지 씨가 선남선녀이고 연기도 잘하지만 가장 좋았던건 정말 인간미 넘치는 친구들이었다. 모로코란 곳에 두달 가까이 동거동락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긴 시간동안 불화가 생기거나 말못할 알력이라도 생기기 마련인데 너무들 잘 지냈고 숙소 제 방에서 가끔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며 ”겉과 속이 똑같은 담백하고 건강한 청년들이었다. 모든 현장의 분위기는 중심에 서있는 주인공들의 인성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두 사람은 이런 큰 프로젝트를 감당할 만한 좋은 의지와 열정을 갖춘 인물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계속 감탄하며 일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는 20일 첫 방송.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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