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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제공 l 삼성전자

[스포츠서울 김태헌 기자]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규제 100여일이 만에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액체 불화수소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특히 일본을 대체할 수입국 다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소재·부품 산업의 탈(脫) 일본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발 경제 위기가 국내 소재 부품 산업의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 두 달여 만인 지난 9월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이달부터 제조 공정에 일본산 불화수소를 국산으로 100% 대체했다. LG디스플레 측은 “양산라인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국산화했다”고 확인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 테스트 단계를 마치고, 현재 남아있는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국산 불화수소를 생산 라인에 투입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핵심 공정에 필수적인 ‘폴리이미드’는 이미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어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본발 소재·부품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양세다.

정부는 지난 11일 ‘제1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 “수출규제품목의 신속한 다변화와 자체기술 확보로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강화대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업계 역시 일본의 경제보복이 국내 기업의 소재·부품 산업을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계기를 탈일본화와 기술독립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소재 부품뿐만 아니라 ‘국산화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국산화 기술을 확보하겠다’며 계열사들에게 일본산 소재를 국산화하거나 제3국 소재로 교체하는 작업에 나서 줄 것도 요청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와 달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산 불화수소 투입 시기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두 기업은 반도체 일부 공정에 국산 불화수소 제품을 투입,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액체 불화수소처럼 순도가 낮지 않아 대체가 쉽지 않다. 이들 기업은 일본산 불화수소 대신 대만과 중국산 불화수소를 투입해 제품을 생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불화수소의 경우 반도체처럼 나노 공정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순도 ‘99.9999999999%’(트웰브 나인)급의 초고순도 불화수소가 필요하지 않았다”며 “반도체에 사용되는 기체불화수소의 취급 공정이 까다롭고, 순도 역시 초고순도가 필요해 빠른 시일 내 일본 제품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자신들의 경제보복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 일본 지역 경기가 휘청이고 있고, 일본 기업들은 한국과 소재 부품 수출선이 끊길까 고심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8월 한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일본의 생산유발 감소 규모가 3537억원을 넘어섰고,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30만8700명으로 1년 새 반토막으로 줄었다. 또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약 700만원으로 사실상 수입이 중단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대응, 여기에 국민의 응원까지 한데 모여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대처해왔다”라며 “수입선 다변화와 기술 자립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등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11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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