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박용수 사무총장, \'북한의 불참 이유는 듣지 못해...\'
박용수 동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북한 축구는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 일종의 ‘셀프 왕따’인데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북한 축구가 다시 한 번 ‘노쇼’를 감행했다. 12월 부산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본선 자격을 획득한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불참을 결정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용수 EAFF 사무총장 설명에 따르면 EAFF는 지난 5월20일 각 참가국에 참가의향서 제출을 요구했다. 다른 팀들은 모두 회신했으나 북한축구협회만 제출 기한이었던 5월 말일까지 응답하지 않았다. 이후 EAFF는 이메일과 각종 채널을 통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다. 신청서 제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북한축구협회는 9월 중순이 지나서야 공문을 통해 대회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이달 월드컵 2차예선 기간에는 평양에서 북한축구협회 쪽에 참가를 재요청했으나 불참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EAFF는 아시아 축구의 최상위 기관인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마지막까지 접촉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북한의 동아시안컵 불참 이유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박 총장은 “북한에서 특별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유가 궁금해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공문에는 참가할 의향이 없다고만 했지 이유는 알리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아시아 최강자라는 표현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자축구가 강하다. 2013년과 2015년, 2017년에 연속 우승하며 이 대회 여자부 최초 3연패팀이 됐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부산에서 열려 패배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남자축구가 무관중 경기를 펼친 이유로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꼽히는 것과 다르다는 얘기다. 2013년엔 개최국 한국을 누르는 등 우승한 뒤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큰 환대를 받았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회 우승을 차지해도 대북 제재로 인해 상금을 얻어갈 수 없는 측면이 불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대회에서 북한은 여자부 챔피언에 등극했으나 세리머니만 했을 뿐 상금을 챙겨가지 못했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김광민 감독은 “상금을 바라고 뛰는 게 아니다”라며 당당하게 말했으나 북한 측 관계자는 “사전 통보가 없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시 상금을 받지 못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 이번 불참의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불참은 북한축구협회 자체적 판단이 아니라 북한 정부 차원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 박 총장이 “남북 관계, 정치적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축구협회도 참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북한축구협회가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일 수 있다. 정부에서 결정하면 따르는 게 당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와 비교하면 남북관계가 개선됐고, 지난해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단일팀에 응하는 등 스포츠를 통해 적극적으로 외교를 펼치던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꾼 점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최근 남북관계가 다소 경색됐지만 북한이 참가했던 지난 2013년에 비하면 꽤 나아진 상황이다.

당초 한국은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북한과 전초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다음해 2월 제주에서 열리는 올림픽 예선에서 맞대결하는 만큼 서로를 파악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제 막 부임한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문제 없어요”라며 침착하게 말했으나 소중한 스파링 기회가 날아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