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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올해 가을야구 최고 히트상품이었던 키움의 ‘벌떼 야구’를 국가대표팀에서도 볼 수 있을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앞둔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벌떼 야구 벤치마킹을 시사했다. 김 감독은 2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와 연습 경기를 앞두고 “한국시리즈(KS)에서 키움의 투수 운용을 봤다. 대표팀도 이번엔 (키움처럼) 마무리를 너무 뒤에 배치할 게 아니라 선발이 던지는 내용, 스코어 등을 고려해서 (이른 투입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마다 강한 투수를 먼저 준비하는 것을 투수코치와 상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비록 KS에선 두산에 우승을 내줬지만 키움의 벌떼 야구는 리그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발 투수 이후 최대 8명 불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데 멀티 이닝 소화를 최소화하면서 힘을 분산, 승부처에서 효과적인 투구로 빛을 봤다. 투수도 이같은 흐름에 무난하게 적응하면서 시너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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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도 KBO리그에서 증명에 성공한 벌떼 야구를 이식하는 데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우선 키움이 벌떼 야구를 성공적으로 장착한 데엔 중심축 구실을 한 조상우의 역할이 컸다. 대표팀엔 조상우 뿐 아니라 ‘세이브왕’ 하재훈, 고우석 등 스타일이 다른 강속구 투수가 한데 모였다. 이는 곧 대표팀만의 벌떼 야구를 완성하는 데 핵심 동력이다. 여기에 원종현, 문경찬, 함덕주, 이용찬 등 언제든 뒷문을 책임질 투수가 있는 만큼 내달 1~2일 푸에르토리코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확실하게 퍼즐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상무와 연습 경기에서도 선발 박종훈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문경찬~원종현~고우석~하재훈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실험했다. 김 감독은 마무리 투수로는 하재훈이나 이용찬 등 경험을 지닌 선수들을 우선 점찍었다. 4년 전 마무리를 책임진 조상우를 비롯해 강속구 투수는 전진 배치로 승부처에서 ‘통곡의 벽’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벌떼 마운드 경험을 충실히 해낸 조상우는 포스트시즌(PS) 내내 승부처에 마운드에 올랐고 평균 자책점 ‘제로’ 신화를 썼다. 키움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활약 자체만 놓고 보면 KS MVP급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문제는 ‘무실점 기운’을 대표팀에서 얼마나 유지하느냐다. PS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기에 일정한 컨디션을 프리미어12 끝까지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배터리와 호흡도 중요하다. 키움 벌떼 마운드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가을야구 경험이 많은 포수 이지영의 유연한 리드도 한몫했다. 대표팀 주전 포수인 양의지는 “아무래도 경기 중 투수 교체가 많으면 (포수가) 알게 모르게 체력 소모가 크긴 하다. 또 (키움 투수처럼) 큰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에너지 소모가 두 배, 세 배 더 많기 때문에 자기 공을 잘 던질 수 있도록 더욱더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키움 벌떼 야구는 장정석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이 철저히 데이터로 접근해 상대 타자를 분석, 최대한 맞춤식으로 투수 운용을 했다. 100% 적중한 건 아니지만 투수도 데이터 분석 결과에 신뢰하면서 전략적으로 공을 던졌다. 상대적으로 타자 정보를 리그만큼 구체적으로 얻기 쉽지 않은 국가대항전인 만큼 벌떼 야구 가동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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