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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흔들림 없이 편안한 한국야구대표팀 불펜의 위력은 2차 평가전에서도 이어졌다. 벌떼 야구도 문제 없다는 걸 실력으로 보여준 대표팀은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버틸 힘이 충분하다는 걸 입증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2차 평가전에 박종훈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일찌감치 박종훈은 3이닝만 소화하고 내려가는 걸로 약속이 돼 있던 상황. 1차전에 나오지 않은 투수들을 점검하고자 한 것도 있지만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됐을 때를 가정하고 이닝을 끊어가는 투수 운용을 시험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약속대로 박종훈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박종훈에 이어 문경찬~이승호~하재훈이 차례로 나와 1이닝씩 소화했다. 세 선수 모두 성인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된 선수들인데, 태극마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지며 대표팀의 무실점 행진에 일조했다. 특히 문경찬과 이승호는 주자를 내보냈지만 포수 양의지의 절묘한 리드가 더해져 중요한 순간 병살타와 삼진을 이끌어내며 실점없이 이닝을 매조졌다. 하재훈에 이어 함덕주와 이용찬, 조상우가 순서대로 등판해 별다른 위기 없이 푸에르토리코 타선을 제압했다.
김 감독은 매 이닝마다 다른 유형의 투수를 내보내 상대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포스트시즌에서 ‘벌떼 야구’로 재미를 본 키움의 투수 운용과 비슷한 용병술이었다. 푸에르토리코 타자들 입장에서는 매 이닝 유형이 다른 낮선 투수들이 나오다보니 공략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대표팀이 보여준 투수 운용은 추후 대회 본선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아무리 상대 투수들에 대한 전력 분석이 잘 돼 있다 하더라도 직접 상대하면서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이닝을 잘라먹는 불펜 기용은 상대 타선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고, 투수들의 체력 안배까지 도모할 수 있다. 2차례 평가전을 통해 투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다는 건 확인됐다. 대표팀이 ‘벌떼 야구’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했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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