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국적의 스포츠 스타들(이하 ‘스포츠 한류 스타’)은 해외에서 번 소득에 대한 세금을 어디에 내야 하는 걸까? 손흥민은 영국에 세금을 내야할까? 한국에 내야할까? 추신수, 류현진은 세금을 미국에 내야할까? 한국에 내야할까?

우리는 흔히 납세, 국방, 교육, 근로의 의무를 국민의 4대 의무라 부른다. 국민의 의무이기에 해외에서 일을 하는 우리 국적의 스포츠 스타도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박찬호도, 박지성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4주 동안 훈련소에 입소를 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스포츠 한류 스타는 당연히 납세의무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스포츠 한류 스타들은 고민이 많다. 그들은 일하는 나라에서도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당연하다. 국가는 주권을 가지고 그 나라에서 거주하는 자에게 세금을 걷을 수 있다. 그 나라에서 돈을 벌고 있다면 징수는 더욱 더 정당하다. 그렇다면 스포츠 한류 스타는 두 번 세금을 내야 하는 걸까? 한 번의 소득으로 이 나라와 저 나라에 두 번 세금을 내야 한다면 부당하다. 며칠 전 중국 프로축구에 진출한 우리나라 국적 선수가 이러한 부당함을 법원에 주장한 사실이 알려졌다.

1. 우리나라 국적 K는 2016년 중국프로축구리그에 진출했다.

2. K는 중국에서 거주하면서 1년 동안 중국에서 약 33억원을 벌었다.

3. K는 중국에 약 1억6000만원의 소득세를 냈다.

4. K는 중국에서 번 33억원을 제외하고 국내에 소득신고를 한 후 국내 소득세를 납부했다.

5. 성동세무서는 K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종합소득세로 약 9억1000만원을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6. K는 이에 불복하여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K가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인지 여부였다. 국내에 거주하는 자라면 소득세법에 따라 해외에서 번 돈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소득세법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을 ‘거주자’로 정의하고 있다.(소득세법 제1조의2 제1항 제1호) 그리고 거주자가 아닌 개인을 비거주자라고 한다.(소득세법 제1조의2 제1항 제2호)

K는 중국에 주소 및 거소를 두고 살고 있다. 그렇다면 K는 비거주자에 해당되는 것 아닐까? K도 이를 법원에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K의 주장과 달리 그를 국내 거주자로 봤다. 재판부는 “K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직업과 자산상태에 비춰 계속해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라며 K를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로 판단했다.

소득세법도 마찬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는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3항 제2호) 즉 자신이 국내에 살고 있지 않아도 국내에 사는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에 거주한다고 해서 소득세법상 당연히 비거주자라 할 수 없다. 개인의 직업, 가족의 거주지, 재산 보유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여부를 살펴야 한다. 스포츠 한류 스타라면 우리 나라에 부양가족이 있거나 부동산 등 자산이 있는 경우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대해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어 세금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K는 소득세법 및 그 시행령을 잘 몰랐던 듯하다. K는 중국에서 세금을 냈지만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세금을 내야 했다. 소득세법이 이렇게 규정됐지만 한 번의 소득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세금을 두 번 내야 하는 규정에 대해 뭔가 부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득세법은 이러한 부당함을 지우려 외국에서 낸 소득세에 대하여 공제해 주는 규정(외국납부세액공제규정)을 두고 있다.(소득세법 제57조) 따라서 세무서가 소득세를 경정해 고지했다 해도 세법 상담을 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헌법 비준 이후 프랑스의 장 바티스트 르로이에게 편지를 보내며 ‘세상에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죽음과 세금 빼고는’이라는 세금 관련 명언을 남겼다. 근대 국가에서 세금은 죽음만큼이나 확실하다. 이 확실성은 글로벌 시대에 해외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한류 스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만약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 구분을 제대로 못한 스포츠 한류 스타에게 탈세를 했다는 오보가 난다면 그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부디 어려운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열심히 국위를 선양해 주시기 바란다.

<변호사·법무법인 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