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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홍콩과 중국이 상반된 분위기로 ‘작은 전쟁’을 치렀다.
홍콩과 중국은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결선 3차전에서 격돌했다. 현재 두 나라는 정치적 문제로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주최 측에서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기장 곳곳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의거해 ‘정치적 행위와 표현,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설치물 반입, 차별적 언행과 행동’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붙었고, 총 990명의 대규모 경호인력이 배치됐다. 부산경찰청 경찰 인력 350명에 사설경호원도 기존 560명에서 640명으로 증원했다. 만에 하나 양국 팬들이 충돌할까 우려되는 상황에서 만발의 대비를 했다.
실제로 이날 N석에 위치한 300여명의 홍콩팬은 노골적으로 반중정서를 드러냈다. 국가연주 때 그라운드를 등지고 돌아선채 야유를 보내며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영어로 “We are Hongkong(우리는 홍콩)” 구호를 외쳤고, 일부 팬은 ‘광복홍콩 시대혁명’, ‘Hongkong is not China(홍콩은 중국이 아니다)’ 등 정치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현수막을 들어 안전요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일부 팬은 안전요원이 현수막을 수거하려 하자 한국 말로 욕설을 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경기 중에는 큰 목소리로 자국을 응원했고, 중국에서 프리킥이나 코너킥 기회를 잡으면 휴대폰 조명으로 시야를 방해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콩 쪽에서 치열하게 중국에 항의하는 순간 반대편에 있는 중국팬은 태연하게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중국 경기가 있으면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던 모습과 달리 이날 경기에는 20~30명 정도의 소수 응원단이 자리를 지켰다. 홍콩의 격한 행동에 크게 반응하지도 않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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