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_합정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별의 별일을 다 겪었다.”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2005년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후 약 13년 간 수많은 트로피를 쓸어담았던 최 감독은 2018년 겨울 중국행을 선택하며 축구 지도자로서 인생 2막을 열었다. 2019시즌 도중엔 강등이 유력했던 상하이 선화에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강등권 탈출은 물론 FA컵 우승까지 일궈내며 첫 시즌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1년 만에 다시 고국땅을 밟은 최 감독은 19일 합정에서 열린 ‘미디어 정담회’에서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봉동을 나왔다가 별의 별일을 다 겪었다. 여러분들은 집을 나오지 말라”며 특유의 유쾌한 농담으로 말문을 연 최 감독은 “나도 해외가 처음이었다. 초반 어려운 일들도 있었으나 시련이라고 생각은 안 했다. 처음보다는 중국 선수들과 팀을 잘 이해해서 편안히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최 감독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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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온 소감은?

1년만에 다시 왔다. 봉동 나왔다가 1년 동안 별의별일을 다 겪었다. 여러분들은 집 나오시지 말아라(웃음).

-부임 첫 해 FA컵 챔피언 됐다.

처음에 생각을 하지 못했다. 워낙 팀이 분위기도 안좋고 강등 위기에 있었다. 강등 안 되는 게 우선이었다. 김신욱이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리그에서 몇 경기 남겨두고 강등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FA컵은 오히려 홀가분하게 준비해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상하이에 가자마자 김신욱을 데려갔다.

김신욱은 내가 다롄 이팡에 있을 때도 데리고오고 싶어했다. 외인과 생활라고 주국 선수들 수준 봤을 때 오면 분명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김신욱 이적료와 연봉을 정하고 내일 바로 이걸 허락해주면 선화를 가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까지도 바라봤던 단장이 단 한번도 이견을 안달고 허락해줬다. 처음에는 팬들도 한국 공격수는 안된다고 했는데, 첫 경기부터 골을 넣어주고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며 스스로 고정관념을 깨줬다. 안에서도 김신욱이 웨이트장에서 개인훈련을 하는 것 보고 선수들도 많이 놀랐더라. 구단 고위층에서도 저렇게 개인적으로 관리 철저히 하니 잘할 수밖에 없구나 이야기가 나왔다. 팀 분위기가 김신욱으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

-다른 한국 선수들 데려갈 생각도 있나.

김신욱도 사실 굉장히 어렵게 데려왔다. 구단에서는 더 큰 선수를 원한다. 실질적으로 외인도 중하위권팀을 보면 좋은 선수들이 많다. 간절함을 가진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하더라. 그런 게 없으면 문제가 된다. 의논을 해보겠다. 김진수 이용을 개인적으로 데려오고 싶은 데 방법이 없더라. 이용은 중국 여자와 결혼 시켜서 국적을 바꾸면 될 것 같다(웃음). 그 정도로 김신욱 선수를 살리기 위해 사이드가 필요한 데 영입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 중국 선수들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느냐에 따라서 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서 할 수 있는 게 달라질 것이다. 아시아 쿼터도 따로 없다. 쿼터제 자체가 어떻게 바뀔 지 몰라서 규정이 새로 생기면 검토할 것이다. 어려움이 많다.

-슈퍼리그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나?

나도 해외가 처음이었다. 중국에 온 감독들이 공통적으로 문화를 이야기한다. 일반적인 것도, 축구적인 것도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다롄에서도 선화에서도 감독이 결국 진정성을 가지고 선수를 대하면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느꼈다. 진심으로 대화하고 훈련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하면 중국 선수들도 조금씩 변화했다. 좋은 경험을 했다.

-초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한국에서는 경험 많은 지도자지만, 중국에서는 초보 감독일 수밖에 없다.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시련이라고 생각은 안했다. 첫 팀으로 텐진을 택하게 된 이유가 회장님이 전폭적인 지지를 해줘서였다. 중국은 구단에서 외인을 뽑으면 감독이 따라야 하는데, 내게 외인 선발권도 줬다. 그러나 간 지 두 달만에 그룹이 와해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다롄에서 외인들과 문제가 있었다는 건 잘못 알려진 이야기고, 서로 합의하에 잘 끝냈다. 전북에서는 이철근 단장을 만났으나, 상하이 선화의 현재 단장이 내겐 귀인이다.처음에는 의아할 정도로 간섭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으나, 정말 나를 염려해주고 내가 잘되게 하기 위해 많이 도와줬다. 선화에서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기에 FA컵 우승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좋은 조건에서 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상하이 선화의 다음 시즌 목표는?

FA컵 우승을 막상 하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분명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중국리그는 원정을 3박4일을 간다. 기후도 다르다. 리그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처럼 준비해야해서 그런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선수 보강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단기전은 다르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원을 극대화시켜 도전해보겠다.

-챔피언스리그 진출해서 울산을 만나게 됐다.

전북만 피하면 어떤 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전북을 안만났다. 그렇다고 울산이 해볼만하다는 거 아니다. 우리는 도전하는 자세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선수 보강을 비롯, 대비할 게 많기 때문에 시즌을 빨리 준비해야할 것 같다. 선화가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한번도 없더라. 그게 목표가 될 것이다. 이번 FA컵도 그렇지만 토너먼트 경기는 모른다고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준비를 잘한다면 전력 차가 월등하지 않은 한 극복할 수 있다. 그런 경험들을 선화에서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중국 선수들 보강이 우선이다. 단장 얼굴 볼 때마다 선수를 사달라고 하니 날 슬슬 피하더라. 그런 부분 때문이라도 일찍 가서 중국 선수들을 얼마나 보강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첫 시즌은 두 팀을 맡았다. 일단 선화는 16경기 3승을 거뒀을 정도로 처음 갔을 때 분위기가 안좋았고 내리막이었다. 강등 피하는 게 목표였다. 동기 유발이 안되면 중국 선수들이 얼마나 가라앉는지 고민하면서도 FA컵 결승전 마지막 홈에서 2차전 90분을 나름 준비했다. ‘중국 선수들은 로테이션을 하면 안된다, 자극 주면 안된다’는 말도 들었으나마지막 극적으로 우승했기 떄문에 그런 부분도 제가 가진 경험이 통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내년은 5위 안에 들어가는 게 구단의 목표다. 리그만 준비한다고 하면 불가능하진 않겠으나, 5월까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한다.그런 스케쥴도 이겨내야 한다. 분명 개인적인 목표는 있으나 내년을 봐야할 것 같다. 5월까지는 조별리그 통과에 목표를 둬야할 것 같다.

-중국 리그 직접 겪어보니 어땠나?

외국인 선수나 구단 운영하는 걸 보면 K리그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투자를 많이 하는 게 사실이다. 중국이 유소년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으나 이런 투자가 우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내부적으로 보면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보니 중국 선수의 간절함이 떨어지는 것 같다. 허베이 왼쪽 윙백을 영입하고 싶어서 보니 이적료가 200억 원이 넘더라. 그렇다보니 중국 리그는 상위 팀들이 바뀌지 않는다. 밑의 팀들이 도전하기 위해서는 중국 선수들을 뽑을 수 있어야 하는데 구조상 어렵게 돼있다. 지도자로서 어려운 부분이다.

-전북 우승 외부에서 본 심경은?

전북 우승은 김도훈 울산 감독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 전북 팬들이 가끔 상하이에 오시는데, ‘우승은 하늘의 뜻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올해 극적으로 우승을 했고 저도 마음 속으로 응원했다. 이동국이라는 선수가 아직 건재하고, 대부분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이 많이 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DNA가 마지막의 극적 우승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2005년 전북에 처음 갔을 때 어떻게 팀을 이렇게 만들어놓았나 싶었을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리그 우승이 꿈같은 일이었다. 내 후임은 내가 전북을 떠날 때 이런 참담한 심정을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팀을 떠나서도 홀가분하고 뒤에서 응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K리그에 많은 기록들을 전북이 쌓아가고 있는데 한 번만 더 하면 최다 우승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 빨리 최고 기록을 세우면 나도 더 홀가분할 것 같다.

-중국에서 일상은?

빵하고 스파게티를 좋아해서 음식은 별 문제가 없다. 혼자 지하철을 가고 한인타운 가서 코치들 만난 적 있는데, 중국에서는 지하철을 타면 모두 핸드폰만 보고 있다. 자유롭게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혼자 TV프로그램 ‘나혼자 산다’를 찍는다. 몇십년만에 밥도 혼자 해먹고 설거지도 하고 시장도 본다. 상하이에 와서는 그런 걸 즐기려고 하다보니 지금은 생활에 적응 잘했다. 김현민 코치를 따라 중국에서는 미용실을 다니며 머리를 짧게 깎는데, 10년은 젊어보인다고 하더라. 중국선수와 팀과 많이 알게 됐다. 처음보다는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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