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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최강희 상하이 선화(이하 선화) 감독이 풀어놓은 2019년 소회는 중국에서 인생 2막을 계획하는 한국 감독들에 귀감이 될 만하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 지도자들의 중국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2020시즌을 앞두고도 벌써 여러 감독과 연결됐다. 장외룡 감독은 3년 만에 다시 슈퍼리그 충칭 리판의 지휘봉을 잡게 됐고,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지휘했던 김봉길 감독도 갑급리그(중국 2부리그) 신시 창안의 첫 외인 감독으로 낙점됐다. 선전FC 역시 올 시즌 강등이 확정된 이래 야인 생활 중인 신태용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계속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K리그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굵직한 업적을 달성하며 한국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오른 최 감독의 슈퍼리그 첫해 경험담은 그래서 더 가치 있다. 올 시즌 2차례나 팀을 옮기고도 상하이 선화에서 기어이 FA 우승컵까지 들어올리며 중국에서도 성공적인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느꼈다”=최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프로팀은 모기업의 입김에 좌지우지된다. 구단이 한 시즌에 필요한 재료를 마련하고, 감독의 권한은 이를 잘 요리하는 것뿐이다. 최 감독은 “처음에는 의아할 정도로 간섭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중국 구단 대부분이 감독에게 선수단 구성 권한을 주지 않는다”며 “현재 선화는 내게 일임하는 분위기지만, 이 역시 금세 바뀔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에서의 지도자 경험으로 중국에서 어드밴티지를 얻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유럽 빅리그 출신 외인, ‘당연하다’는 현지 정서”=올해 상화 반등의 일등공신은 김신욱(31)이다. 그러나 ‘제 2의 한국인 공격수’가 등장 쉽지 않다는 게 최 감독의 솔직한 관측이다. ‘차이나 머니’의 공세로 카를로스 테베즈, 디디에 드로그바 등 한때 유럽을 풍미했던 간판 스트라이커들이 뛰는 게 당연한 환경이 됐다. 최 감독은 “중국 팬들은 구단이 큰 선수를 데려오지 않으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서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러웠다”며 “중·하위권 팀들도 화려한 외인들을 보유했다. 그러나 이들도 웬만한 정신력이 아니면 적응 문제로 어려움을 겪더라”며 이중고를 전했다.
◇“중국 선수 데려오고 싶지만… 외부 영입 쉽지 않다”=한때 허베이 화샤 싱푸 소속 선수를 탐내던 최 감독은 2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이적료를 듣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 대어들의 이동이 제한적이기에 강팀이 계속 지위를 유지하는 구조다. 이들을 다루는 건 또 다른 숙제다. 최 감독은 “중국 선수들은 코치가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면 ‘당신은 선수 시절 열심히 안 했는데 왜 나한테 그러느냐’고 반문한다. 웬만하면 감독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며 “동기 부여가 없으면 쉽게 가라앉기도 한다. 로테이션을 해서 괜한 자극을 주면 안 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리그 원정도 3박4일, ACL처럼 준비해야 한다”=중국 영토의 총면적은 한국의 약 44배다. 리그 원정 한 경기를 치르려면 3박4일의 여정을 소화해야 한다.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오가야 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함께 소화하려면 부담은 곱절 커진다. 최 감독은 “중국에서는 원정 구장의 기후도 다르다”던 최 감독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 자원을 극대화하는 것밖에 극복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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