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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난해 2부 리그를 경험한 전남 드래곤즈는 ‘소방수’ 조청명(60) 사장 체제에서 쇄신을 거듭하고 있다. 모기업인 포스코 부사장과 포스코플랜텍 사장을 역임한 그는 부임 당시 가장 높은 임원을 지낸 인물로 주목받았다. 모기업이 축구단 재건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엿볼 대목이다.
전남은 지난해 비록 1부 승격에 실패했지만 조 사장 체제에서 내실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2년 전 기업구단으로는 처음으로 다이렉트 2부 강등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떠안은 전남은 안팎으로 내홍을 겪었다. 일부 고위급 직원의 횡령·배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주요 선수 영입 과정에서도 ‘검은 손’이 작용했다. 조 사장은 1부 승격이라는 당면 목표도 중요하지만 프런트에 대한 전남 팬과 K리그 구성원의 신뢰 추락을 가장 심각하게 여겼다. 새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사무국 재편과 내부 소통 강화에 중점을 뒀다. 그는 최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본지와 만나 “K리그 구성원 중 정규직으로 일하는 건 임원도 선수도 감독도 아니다. 오로지 프런트다. 가장 충성심을 갖고 조직에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라며 “부임 초기 프런트 관련 좋지 않은 이슈가 많았다. 프런트가 약한 팀이 축구를 절대 잘할 수 없다. 지난 1년은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내부 비리자 뿐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모기업 울타리 안에서 너무나 안주했다고 여겼다. 그는 “강등은 갑자기 선수가 잘못해서 발생한 게 아니다. 실험실 비커에 든 개구리가 온도가 서서히 높아지는 데 죽는 줄 모르고 튀어나가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스스로 자립하려는, 팬에게 더욱더 다가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족했다”며 “그러다보니 성적에 대한 절박감, 치열함도 결여되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가 대표적인 ‘마당쇠 CEO’로 거듭난 건 ‘지행일치’ 리더십 덕분이다. 특히 홈경기마다 경기 전,후로 부지런히 운동장 안팎을 돌며 팬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구단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에도 정장 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장을 누비는 모습에서 일부 팬은 ‘마당쇠 CEO’라고 불렀다. 그는 “킥오프 1시간 전 경기장 밖 상인을 만나 인사하고 30~40분 전엔 입구에서 팬에게 인사한다. 경기 시작한 뒤엔 프로연맹, 방송 관계자 등을 만나고 하프타임엔 VIP 고객과 환담한다. 그리고 후반 시작하면 관중석을 돌면서 팬 견해를 듣는 게 루틴이 됐다”고 말했다. 리그 내에서 폐쇄적인 문화로 꼽힌 전남 구단은 조 사장 외에도 사무국장, 스카우트 등이 비정기적으로 팬과 간담회를 여는 등 교감의 장을 넓혔다.
이밖에 조 사장은 홈경기 수익 등도 관중 경품 또는 지역 유소년을 위해 사용하거나 기부했다. 그는 “지난해 구단 입장수익이나 소액광고, 멤버십 등으로 3억을 벌어들였다. 난 지역 기업 및 스폰서 등에 ‘그거 다 베풀겠다’고 얘기했다. 대신 우리의 진정성을 전해져서 지역민이 반응하고 훗날 관중이 늘면 광고가치나 포스코 지원금은 오히려 더 늘어난다. 그게 현재 구단이 해야 할 일”이라고 호소했다. ‘프런트 경쟁력=구단 성적’이라고 여러 번 강조한 그는 2020시즌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K리그2가 여러 이슈로 주목받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전통이 있는 전남은 프런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전경준 감독을 믿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그리고 어떠한 결과든 내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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