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
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안팎으로 어수선한 전남 드래곤즈. 사진은 전남의 홈구장인 광양전용구장 풍경.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새 시즌 ‘원 팀’을 지향하며 1부 승격 재도전을 선언한 전남 드래곤즈가 동계 전지훈련 기간부터 뒤숭숭하다.

전남 구단은 최근 선수단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외국인 선수 계약에서 연달아 헛발질한 데 이어 핵심 보직자에게도 일방적 해임 통보를 하는 등 ‘원 팀’과 거리가 먼 행보로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은 2년 전 기업구단으로는 처음으로 다이렉트 2부 강등이라는 참혹한 역사를 떠안았다. 지난 1994년 창단하며 오랜 역사를 지닌 전남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데엔 선수단을 뒷받침하는 프런트 내홍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일부 고위급 직원의 횡령·배임 사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선수단 운영에서도 아마추어적인 발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팬의 신뢰를 잃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모기업 포스코 부사장을 지낸 조청명 사장이 새 수장으로 부임한 뒤 내부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해로 삼았다. 비록 1부 승격에 실패했지만 후반기 팀이 안정세에 돌아섰고 프런트도 연고 지역 팬과 간담회를 지속해서 여는 등 이전과 다른 행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새 시즌을 앞두고 다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최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 외국인 선수 브루노 바이오(브라질)와 닉 안셀(호주)과 계약 과정은 ‘진정 프로 구단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지난해 여름 임대 온 바이오는 16경기 10골로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일찌감치 전남이 재계약을 시도했다. 임대 당시 우선 협상권을 지녔던 전남은 그의 원소속팀인 보투포랑겐지와 협상했고 지난해 11월 말 40만 불 이적료로 합의를 끝냈다. 당시 조 사장 등은 주위에 ‘바이오 완전 이적’을 알렸다. 그런데 원소속팀과 브라질 현지 에이전트의 지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양 구단과 선수의 삼자 합의 문서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 사이 바이오의 에이전트는 기업구단으로 거듭난 대전 구단에 제안해 협상했다.

안셀 계약건은 조롱거리가 됐다. 전남 구단이 지난 8일 안셀과 재계약을 발표했는데 12일 뒤에 경남FC가 안셀을 영입했다고 알렸다. 순식간에 안셀이 노란 유니폼에서 경남의 검붉은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것이다. 이같은 초유의 사태는 프런트와 선수단의 소통 문제였다. 안셀은 애초 전남과 1+1 계약을 맺었는데, 1년 옵션을 두고 선수가 전남에 잔류하든, 새로운 팀을 알아보든 선택할 권리를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셀은 전남 잔류를 원했고, 구단 역시 재계약에 동의했다. 문제는 코치진과 괴리감이다. 전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경준 감독은 안셀이 구단과 재계약했는데 동계전훈에 합류시키지 않았다. 불만을 품은 안셀이 계약해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애초 코치진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못 뛴 안셀에게 국내에 남아 온전히 회복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안셀은 “훈련에 참여할 몸 상태”라며 반박했다. 문제는 불만을 품고 계약 해지를 요구했을 때 코치진이 만류하지 않은 것이다. 처음부터 안셀과 동행할 의지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즉 구단이 재계약 과정에서 코치진의 견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남은 기존 사무국장에게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임 통보를 받은 사무국장은 지난해 전남이 프런트 쇄신을 목표로 새롭게 영입한 인물이다. 그런데 새해를 앞두고 구단은 그를 갑작스럽게 대기발령 조치했다. 대기발령은 근로자의 명확한 귀책 사유가 발생했을 때 해당 근로자의 직무 종사를 금지하는 인사 조치다. 구단에서는 명확한 이유를 내놓지 않았다. 그사이 같은 모기업을 둔 포항 스틸러스의 한 관계자가 새 사무국장으로 내정됐다. 이밖에 전남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한 A씨도 앞서 팀을 떠났는데, 최근 구단 SNS를 통해 ‘팬 간담회’에 직접 참여해 그간 사정을 설명하겠다고 나섰다.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2부 리그의 치열한 생존 싸움에서 호기롭게 ‘우승’을 목표로 내건 전남. 현실은 시작도 하기 전에 구설에 휩싸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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