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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오는 29일 열릴 예정인 홈 개막전이 연기된 대구FC의 홈경기 장면.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스포츠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코로나19는 23일 현재 전국 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해 이제는 일부 지역이나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주부터 확진자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확진자들의 동선에 포함된 영화관, 백화점, 마트 등도 연이어 휴관과 폐쇄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 다중 이용시설인 경기장에 대한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최근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는 대규모 집회와 행사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단체들은 리그 중단이나 축소 등의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최근 상황은 흡사 ‘폭탄 돌리기’를 연상케한다. 코로나가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느 단체든 먼저 나서서 적극적인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고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1회성 행사나 경기의 경우 취소하거나 연기하면 일단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추첨식이 취소됐고, 실업대회인 핸드볼 코리아리그는 포스트시즌을 취소하는 등 일정을 단축해 시즌을 조기에 종료했다. 하지만 장기간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프로 리그의 경우는 고민이 크다. 시즌 막바지에 다다른 여자 프로농구가 무관중 경기를 소화하고 있고, 남자 프로농구도 조만간 긴급 이사회를 통해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남녀 프로배구는 23일 정부 대응단계가 심각으로 격상이 되면서 오는 25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주말 개막을 앞둔 K리그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 열릴 예정인 K리그1 개막 2경기를 일단 연기한 상황이다.

프로 구단들은 대체적으로 코로나 사태 초반부터 우려섞인 의견들을 피력해왔다. 다수의 구단들이 시즌 중단이나 무관중 경기 등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개막을 앞둔 K리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서 경기 개최를 보류하거나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하지만 각 종목들의 콘트롤타워인 연맹과 협회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리그 중단이나 단축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거액의 중계권이 걸려있고, 노출이 필요한 스폰서 문제도 해결해야한다. 또한 해당 종목과 단체의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타 종목에서 먼저 ‘총대를 메고’ 리그 중단 등의 결단을 내리길 기다리는 단체들도 없지 않다. 선제적으로 나섰다가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대응에 대한 소통에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2일 경북 김천시는 관내 김천종합스포츠타운이 24일부터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와 함께 김천시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정규리그 남은 4차례 홈경기를 원정경기로 치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구단과는 논의나 조율이 전혀 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하나같이 “코로나 확진자가 우리 경기장을 다녀갈까봐 걱정이다. 만약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그때는 모든 것이 늦은 상황이 된다”고 주장한다. 관중들이 출입하는 경기장에서는 열 감지기나 체온계를 통해 코로나 의심 또는 확진 환자의 출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는 전염이 강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만약 프로스포츠 경기장을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된다면 말 그대로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스포츠계의 공동 대응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콘트롤타워가 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프로스포츠협회 등 유관 기관들이 나서서 각 종목과 단체의 의견의 취합해 리그 진행 여부 등에 대한 지침이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달 들어 코로나 관련 체육분야 대책 점검회의를 수차례 열고, 장차관이 경기장에 직접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선바 있다. 이제는 관리, 감독을 넘어 장기화가 예상되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한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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