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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타일러 윌슨이 26일 잠실구장에서 러닝 훈련을 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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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전혀 다른 표정이다. 외국인 선수 자가 격리 방침에 볼멘소리를 하는 일부 구단 얘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 선수에게 2주간 자가격리 지침을 통보했다. 정부 정책 변화로 부랴부랴 전달한 지침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입이 나올 법 하다. 전력의 주축인 외국인 선수들이 2주간 훈련을 중단하면, 처음부터 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투수들은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을 거쳐야 해 복귀까지 3주 이상 시간이 걸린다. 일부 구단은 이를 이유로 “4월 20일 이후 하기로 했던 정규시즌 개막을 더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팀이 성적에 얼마나 목숨을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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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외국인 선수들이 무사 입국했다. 제공 | KT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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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종료 시점에 외국인 선수를 미국 혹은 고향에 남겨두기로 결정한 것은 구단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당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내에서는 확산되기 직전이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스포츠서울은 이달 초 각 팀에 “외국인 선수들이 만에 하나 한국 입국 후 2주간 격리됐을 때를 대비한 대응책이 있는지”를 물었다. 대부분 “별 일 없을 것”이라며 “미국, 호주 등은 안전지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주간 격리하면 몸을 새로 만들어야 해 개막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도 “프로 선수들이고 훈련을 이어가고 있으니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유럽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이라 각국이 출입 봉쇄를 결정했고, 각 팀이 귀국할 무렵이던 3월 중순에는 한국 정부도 ‘해외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를 시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던 시점이다. 최악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더딘 해외에 체류한 터라 각 팀이 코로나19가 얼마나 빠르고 무섭게 확산하는지 감각이 무뎠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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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제공|키움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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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통제가능한 범위 내로 접어 들었고, 확진자 전체의 50% 이상 완치 판정을 받았다. 여전히 소규모 집단감염과 해외 역유입 우려가 남아있지만 방역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KBO 이사회(사장회의)도 그래서 4월 20일 이후 시즌을 개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구단 마케팅 매출 감소와 산업화 축소 등을 고려해 개막 시기를 잠정 확정했다.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국인 선수가 자가격리됐을 경우를 고려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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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살라디노, 라이블리, 뷰캐넌(왼쪽부터)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 | 삼성라이온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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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일 수있지만, 2주 단위로 일정을 편성했다. 이사회(24일)가 열린지 2주 후부터 팀간 교류전을 실시하고, 이 떄부터 2주 이상 지나 개막하는 방식이다. 외국인선수가 14일간 자가격리하더라도 팀간 교류전 시작 즈음에는 훈련에 합류할 수 있다. 2주간 최대한 실전감각을 끌어 올리면 개막 후 1주일 가량 지나면 완전하지는 않지만 경기를 뛸 수 있는 수준은 된다. 정규시즌이 장기레이스인점을 고려하면 힘있는 젊은 선수를 초반에 먼저 활용하는 고육지책으로 위기를 넘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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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호잉이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메사 레드 마운틴 베이스볼 콤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몸을 풀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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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하게 손 놓고 있다가 이제와서 “개막을 더 미루자”로 주장한다면, 아예 시즌을 단축시키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선수단 연봉 등도 시즌 단축기간만큼 줄여야 하고, 이미 판매한 광고 등 매출도 위약금을 물어주는 등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 역시 KBO 이사회가 결정할 문제다. 어떤 일이든 권리가 있으면 책임도 따르는 법이다. 팀 성적을 절대가치로 여기는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뒤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