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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우리 고유의 콘텐츠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줄 생각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의 무료 중계권 요구에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연합뉴스는 23일 ‘ESPN이 KBO리그 중계권 해외 판매 대행사인 에이클라측에 무료 중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스포츠서울이 지난 13일 ‘ESPN이 KBO리그 중계 가능성 여부를 타진 중’이라고 단독보도한지 열흘 만에 새로운 국면에 빠졌다. ESPN은 협상 초기부터 무리한 조건을 요구해와 KBO와 에이클라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는 후문이다. 메이저리그를 포함해 미국 스포츠 전체가 사실상 셧다운 된 상태라 콘텐츠 고갈에 시달리던 ESPN은 한 달 단위로 중계권을 판매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하더니 급기야 무상 제공을 원했다. 상식적이지도, 다른 나라 스포츠에 대한 존중도 없는 안하무인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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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ESPN의 요구에 미국 NBC스포츠도 “이기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NBC스포츠는 이날 ‘미국 스포츠가 중단된 탓에 한국 야구를 보여주려는 ESPN의 바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무료 중계 요구는 상당히 이기적인 요청’이라며 ‘콘텐츠가 필요한 쪽은 ESPN이고, KBO가 중계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국내 KBO리그 중계와 관련한 모든 영향력은 KBO에게 있다. ESPN이 중계권을 지불하지 않고 KBO리그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야구는 정말 재미있다. (중계가 성사된다면) 지상파에도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라며 ‘쌍방이 공평하게 타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SPN의 무료 중계 요구는 자국내 스포츠 채널에게서도 인정 받지 못한 매우 멍청한 행위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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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핵심 관계자는 “에이클라측에서는 협상 내용이 상세히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ESPN에서 ‘한 번 찔러나보자’는 심산으로 무상 중계 요구를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KBO리그는 우리 고유의 콘텐츠다. 미국시장뿐만 아니라 향후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할 때에도 핵심 콘텐츠로 활용돼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세계인에게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리그 산업화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ESPN이 계속 고자세를 유지한다면 협상 테이블을 접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전세계 스포츠를 선도한다는 미국의 최대 스포츠채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선심쓰듯 ‘KBO리그를 틀어는 줄게’ 정도로 접근한다면 굳이 응할 이유가 없다. 상도덕을 논하기 전에 다른 나라 스포츠와 문화를 터부시하는 집단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프라이드 오브 아메리카’만 외쳐 전세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나라 다운 접근법은 미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에서도 공감받기 어렵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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