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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꽁지머리로 빨리 변신해서 김병지 선배를 경기장에 초대하고 싶다.”
지난 13일 성남을 상대로 올 시즌 세 번째 클린시트를 해낸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29·울산)는 다음 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2020시즌을 앞두고 대구를 떠나 ‘스타군단’ 울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여전히 뛰어난 반사신경을 앞세워 선방쇼를 펼치고 있다. 송범근(전북), 김영광(성남)과 더불어 클린시트 공동 1위(3경기)를 달리면서 팀을 리그 최소 실점(4실점)으로 이끌고 있다. 선방 능력만큼이나 조현우는 늘 독특한 머리 모양으로도 이목을 끈다. 역사적인 독일전 무실점 승리(2-0 승)를 이끈 2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모히칸 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머리 모양)로 전 세계 팬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조현우는 ‘살아 있는 골키퍼 레전드’ 김병지의 머리 모양을 연구 중이다. K리그 통산 최다 출전 기록(706경기)을 지닌 김병지는 조현우처럼 현역 시절 선방 능력과 더불어 화려한 머리 모양으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지난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울산에서 223경기를 뛰었는데, 트레이드 마크인 꽁지머리를 휘날리며 울산의 리그 첫 우승(1996)을 견인했다. 또 1998년 플레이오프 2차전 포항전에서는 헤딩 골을 터뜨리며 K리그 최초 골키퍼 득점 역사도 썼다. 울산에서 진정한 전성기를 그리는 조현우는 올해 ‘김병지표 꽁지머리’를 따라 해 우승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다. 현재 뒷머리가 꽤 많이 자란 상태다. 조현우는 “그저 머리가 자라나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꽁지머리 형태로)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고 웃더니 “김병지 선배를 보고 축구를, 골키퍼를 좋아하게 됐다. (울산에서) 선배 머리 모양을 따라하면 무언가 더 자신 있게 경기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리 모양이 완성되면 꼭 선배를 경기장에 초대하고 싶다. 색다른 영감을 받지 않을까”라고 했다.
조현우의 ‘롤모델 따라가기’는 머리 모양에 그치지 않는다. 현역 선수 중 최고 롤모델이라고 꼽는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상은 요즘도 놓치지 않고 찾는단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서 그런지) 수염이 많이 길었더라”며 “확실히 큰 팀에서 오랜 기간 뛰어서 그런지 위험한 상황에서 더욱더 침착하고 여유가 있어 보이더라. ‘내가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임하는 것 같아서 배울 게 많다”고 강조했다.
수비에 힘을 두고 경기를 한 대구 시절과 비교해서 공격 지향적인 울산은 조현우에게 또다른 성장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대구에서는 수비 부담이 컸는데, 울산에서는 골키퍼지만 빌드업에 더 참여해야 한다”며 “처음엔 어색했지만 갈수록 발전하는 것 같고 (빌드업을 위해) 골키퍼끼리 별도 훈련도 하고 있다”고 했다.
조현우는 올해 팀의 15년 만에 리그 우승 달성은 물론, A대표팀에서도 한결 거듭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께서도 빌드업 등을 강조하지 않느냐. 이전보다 나도 울산에서 그런 부분이 몸에 적응됐기에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멈췄는데 빨리 A매치를 하고 싶다”고 웃었다. 최근 A대표팀 동료인 골키퍼 구성윤이 일본 J리그 삿포로를 떠나 조현우가 뛴 대구에 입단했다. 그는 “성윤이가 이전에 대구에 갈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대구 전술 색채, 선수 특징 등을 얘기해줬는데 K리그에서도 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고 응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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