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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미국의 중개기업 컴퍼스 CEO 로버트 레프킨은 코로나19 이후 수영장이 딸린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언급했다. 홍익대 건축도시학 유현준 교수도 포스트 코로나 심포지엄에서 감염병과 도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1세기에 상수도를 만들고 18세기에 하수도를 만들었으며 20세기에 지하철을 만들었듯이 도시공간 구조는 전염병에 강해지는 시스템 개발의 역사를 가졌다고 했다.
필자 또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올 2월 이후 전원주택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조사해 확인한 적이 있다. 물론 코로나19가 발생했기 때문에 단독주택 시장의 크기가 커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갈증이 충분히 잠재돼 있던 상태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실행에 옮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부동산학개론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땐 어떨까? 부동산학개론에서는 부동산 입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동양의 풍수지리에 대한 내용도 다루지만 서양 산업화의 물결에 미신으로 몰리며 현대적 입지론에선 대부분 튀넨, 베버, 뢰슈, 크리스탈러, 허프 등 서양 입지론에서 큰 업적을 남긴 지리학자들의 이론을 주로 다룬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최유효이용이란 원칙에서 입지론에 접근을 하며 자연스럽게 고밀도화된 아파트라는 주거문화가 확산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코로나 19 이후 시대의 흐름에서 이들 입지론을 재해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튀넨의 입지론은 흔히 농업입지론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가 스스로 경작해온 농장경영의 경험을 토대로 1826년 ‘고립국’을 썼기 때문이다. 튀넨의 입지론은 서비스업에도 응용될 수 있다. 이 이론의 핵심은 해당 토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매출에서 생산비와 수송비를 뺀 것이 그 토지의 지대라는 것이다. 튀넨이론에 따르면 지대가 가장 비싼 지역은 수송비를 절약하기 위해 집약적으로 토지를 이용하게 된다. 과거엔 농업 생산량이 많았던 비옥한 토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했다면 현대적으로는 도시에 고층빌딩이 몰리는 것을 비슷한 현상으로 보면 된다. 이 이론에서는 제2중심시장이 등장할 경우와 지형이 다를 경우, 그리고 교통로가 개설될 경우, 무역이 이뤄질 경우, 인간의 행태가 변화할 경우 등에 따라 입지점이 변화한다.
이렇게 유연한 사고도 갖췄기에 모든 시대에 걸맞는 이론이란 생각이 들지만 과연 이 이론을 만든 튀넨이 오늘날 만큼 인터넷과 교통수단이 발달할 것이라 예측했는지는 의문이다. 기존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많이 모여야 생산이 잘 이뤄지고 효율적이었지만 현대에는 IT산업의 발달로 재택근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업무들이 늘어났고 심지어 교육에서도 비대면 수업이 가능해졌다. 사실상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어도 같은 생산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라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수송비나 교통비가 지대에 끼치는 영향이 무색해지고 있다.
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은 수요자 분포가 어디에 많은지 보는 거시적 관점이라면 허프의 중심지 이론은 수요자의 개성과 같은 미시적 관점에서 고차원 중심지와 저차원 중심지를 나눈다. 허프의 중심지 이론을 3가지로 요약하자면 일반적으로 소비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상품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근거리에 고차원중심지가 있으면 인근의 저차원중심지를 지나칠 가능성이 커진다. 고차원 계층일수록 수송가능성은 더 확대된다.
이를 현 시점 소비문화와 비교해 본다면 먼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소비 공간은 바로 인터넷일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큰 고차원 중심지는 인터넷이며 모든 대형 쇼핑몰을 포함한 오프라인 저차원중심지는 지나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가장 고차원계층이기에 수송가능성은 이미 국내가 아니라 병행수입으로 구매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만큼 세계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 가장 큰 중심지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옮겨 갔으며 도시라는 공간과 지방이라는 공간의 경계선이 소비나 생산에 있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과거와 같이 물리적 거리에 의한 집적이익은 많이 줄어 들고 있다. 집적이익이란 어떤 지역에 산업이나 인구가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이익을 말한다. 이는 전반적으로 현 시점까지도 맞는 말이다. 그 동안 많은 창업자들이 권리금을 주거나 월세가 비싸도 강남이나 홍대, 명동 그리고 그 외에 지역마다 인구가 많은 곳에 창업하려 한 것은 이런 집적이익과 수요자가 많다는 측면이다. 금융사들이 여의도에 몰려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점점 무너지고 있다. 강남이나 홍대, 명동은 코로나19 이후 비싼 월세 대비 매출의 급감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본 지역이다. 권리금 없이 내놓은 가게도 많아졌다. 금융권 또한 토스나 카카오뱅크 등 IT금융회사 본사는 각각 강남과 판교에 위치해 있다. 금융권은 여의도라는 틀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주거도 마찬가지다. 주거는 상권과 일자리와 교육 등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품 구매나 교육 및 의료 및 기타 서비스 이용을 편하게 하기 위해 대도시의 밀집된 주거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매나 서비스 이용에 있어 지역간 평등이 이뤄지는 추세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크나큰 질병으로 인해 밀집된 지역에 대한 기피와 자연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진행된 여러 업무와 교육 그리고 생활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며 이것이 가능한 업종과 불가능한 업종 또한 명확해졌다. 물론 사람들은 사회적 동물로 함께 모여있고 싶어 하고 대도시가 갖는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도시가 사라지거나 아파트라는 주거문화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또한 아파트란 것은 그 동안 기반시설에 투자된 비용, 개인에겐 재테크나 자산이라는 측면도 크다. 그러나 이미 갖춰진 통신, 교통의 발전이라는 시대의 흐름과 코로나19 같은 질병이 지금처럼 장기화 된다면 밀집된 공간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분리된 집으로 점차 이동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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