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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배구연맹

[제천=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우리가 알던 ‘만년 꼴찌’의 모습이 아니었다.

장병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전력은 29일 오후 2시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8 19-25 25-20 23-25 20-18)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2017년 이후 3년 만에 컵대회 정상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2년 연속 V리그 남자부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국전력은 프리시즌 리빌딩을 강행했다. 베테랑 라이트 박철우를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로 레프트 카일 러셀을 영입하며 변화를 줬다. 일단 컵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한국전력의 작전은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조별리그서 B조 1위를 차지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는 현대캐피탈까지 잡아내며 결승에 올랐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대한항공을 상대로 한국전력은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사실 러셀은 의구심 속 이번 대회를 시작했다. 애초에 한국전력은 ‘뽑기 운’이 따르지 않아 지난 5월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외국인을 지명해야 했다. 장 감독은 “교체까지 생각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러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연습에서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막상 대회를 시작하자 러셀은 기복 없는 활약으로 한국전력의 공격을 견인했다. 러셀은 결승전에서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27득점을 기록했다. 서브 에이스 4득점을 포함해 알짜 활약을 펼쳤다. 범실이 12개로 많긴 했지만 처리하기 어려운 하이볼도 노련하게 득점으로 연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러셀은 이번 대회에서 총 74득점을 책임지며 MVP를 차지했다. 장 감독은 “솔직히 이 정도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깜짝 스타가 나타나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 정도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연습 기간이 짧았다.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셀은 “오기 전부터 압박감이 있었다. 한국에서 외국인 선수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경기, 연습 때와의 에너지는 다르기 때문에 경기에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제가 누군지 보여드릴 수 있어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철우의 리더십도 빛났다. 박철우는 이날도 47.72%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24점을 올렸다. 블로킹으로도 3득점을 잡아내며 중요한 순간에 힘을 냈다. 팀을 이끄는 리더답게 선수들을 독려하고 결집시키며 우승의 숨은 공신 구실을 제대로 했다. 장 감독도 “철우가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래도 선수들을 끌어주는 리더 역할을 해주고 중요한 순간에 점수를 내줬다”라며 칭찬했다. 러셀도 “늘 레전드라 부른다.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잘 안다. 코트에서 항상 함께 뛰는 게 좋다. 경험이 많은 선수인데 오늘도 잘해줬다”라고 덧붙였다.

컵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한국전력은 새 시즌 기대감을 얻었다. 지난 두 시즌간 꼴찌라는 오명을 털고 새롭게 도약할 기회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장 감독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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