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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왜 울산 현대가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29) 영입에 공을 들였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올 시즌 K리그1 클린시트 1위(10회)이자 팀 최소 실점 1위를 이끄는 조현우가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전에서도 제 가치를 입증했다. 마치 ‘수호신의 정석’을 표현하듯 전,후반 정규시간과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군더더기 없는 선방과 냉정함으로 울산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조현우는 2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4강전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 라이벌전에서 눈부신 선방쇼를 뽐냈다. 울산은 정규시간까지 포항과 1-1로 비긴 뒤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 접전을 벌였는데 조현우가 상대 8번째 키커인 ‘핫가이’ 송민규의 킥을 저지하면서 4-3 승리를 이끌었다. 울산은 2017년 대회 우승 이후 3년 만에 다시 FA컵 정상에 도전한다. 또 K리그1 선두에도 매겨져 있는 울산은 ‘더블(2관왕)’까지 바라보게 됐다,

울산은 전반 12분 만에 오른쪽 풀백 김태환이 조현우에게 백패스를 하려다가 자책골을 범하며 일찌감치 경기가 꼬였다. 후반 8분 김인성이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포항의 공세가 거셌다. 이때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은 건 조현우다. 특히 후반 37분 포항 일류첸코가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헤딩 슛을 시도했는데 조현우가 골라인 바로 앞에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쳐냈다.

대위기를 넘긴 울산은 연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우열을 가리게 됐는데 승리의 여신은 애초 포항 손을 드는 듯했다. 조현우가 포항 1번 키커 일류첸코의 슛을 막아냈으나 울산 3번 김인성, 6번 정승현의 킥을 상대 수문장 강현무가 가로막았다. 그리고 강현무가 피날레를 장식하겠다는 듯 포항 6번 키커로 나섰다. 그런데 조현우가 골문 가운데를 향한 강현무의 슛을 쓰러지며 다리로 걷어냈다. 그리고 8번 송민규의 슛까지 방어, 승부차기에서 무려 세 번이나 골문을 지켰다.이날 프로에서 보기 드물게 실축이 속출, 양 팀 통틀어 16명이나 키커로 나서는 ‘예능 승부차기’가 나왔다. 이때 조현우는 잘 막기도 했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실축한 선수를 먼저 독려해 눈길을 끌었다.

김도훈 감독은 주말 파이널라운드 첫 경기를 앞뒀지만 이날 주전 요원을 대거 투입하며 FA컵 결승행 의지를 보였다. 연장 승부를 펼친 만큼 자칫 탈락했다면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리그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뻔했다. 그런 만큼 조현우의 활약은 승리 그 이상의 가치가 매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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