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한국전력
카일 러셀이 코보컵에서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는 모습[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한국전력 외국인 공격수 카일 러셀(27)을 아시나요?

한국 여자 배구가 올림픽에 출전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이유는 김연경(흥국생명)이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남자배구가 세계무대에서 명함을 들이밀 수 있었던 이유도 강만수-장윤창-김세진 등 탁월한 공격수를 보유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최근 남자배구는 인기가 상승했음에도 ‘거포’라는 이름을 붙여 줄 만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용병제도가 정착되면서 각팀들이 거포 육성보다는 완성형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데 더 신경을 써왔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과거 국내지도자들은 장신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 지역의 초-중학교를 돌아 다니며 우수선수를 발굴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노력을 하는 지도자를 찾기 힘들다.

지난달 27일 개막한 도드람 2020-2021 V-리그는 각 팀들마다 새로운 거포를 선보이고 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였던 KB 손해보험은 우측 공격수로 206cm의 장신 선수 케이타(19.아프리카 말리)를 영입했다. 케이타는 불과 3게임에서 109득점을 하면서 팀의 3연승을 이끌어 냈다. 그는 엄청난 점프력을 앞세워 상대 블로커 위에서 내리 꽂는 강타를 터뜨려 팀을 우승후보로 올려 놓았다. 현대 캐피탈도 지난해 활약했던 다우디(25. 우간다)가 4게임에서 118득점(1위)을 하면서 여전히 위력을 보이고 있다. 배구계에서는 ‘아프리카 용병들의 반란’이라고도 한다.

각팀들은 위기상황이 오면 무조건 외국인 선수에게 볼을 보내 국내선수들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당장이야 효과를 보겠지만 결국 대한민국 남자배구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러셀(27. 미국) 역시 206cm의 장신 공격수다. 그는 지난 8월에 열린 코보컵에서 맹활약해 한국전력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강서브와 높은 타점의 공격력이 돋보인다. 수비가 불안하고 스피드 있는 한국 스타일과은 아주 다른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의 배구를 한다.

러셀은 이미 절반은 한국인이다. 부인 이유하(미국명 앨리슨 리.27)씨는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간 1.5세대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어바인)에서 배구선수를 했고 지금은 고교 교사로 활약 중이다. 지난 여름 한국에 같이 와 남편의 적응을 도왔고 지금은 대면수업이 시작돼 미국으로 돌아갔다.

러셀과 유하
러셀과 한국인 아내 이유하씨.

우리는 우수인재 복수국적제도가 있다.이 제도는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수 등 특정능력을 보유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하는 사람에게 국적심의 위원회 심의를 거쳐 복수국적을 인정하는 제도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아시아리그에서 활약했던 다수의 선수를 귀화시켜 성공했다. 또 농구에서도 이미 라건아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짭짤한 효과를 얻었다.

구단과 대한배구협회, 그리고 한국배구연맹(KOVO)이 머리를 맞대고 러셀을 눈여겨 봐야 한다. 우수인재를 얻기 위한 노력은 배구에서도 필요하다.

김세진 전 OK감독은 “러셀은 아주 훌륭한 공격수다. 부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몰랐다. 한국배구 발전을 위해 지켜보고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돕겠다”고 했다.

sungbaseba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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