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비어 있는 외야를 놔두고 왜 공을 자꾸 수비수가 있은 곳으로 치는 겁니까?”
90년 MBC 청룡을 인수한 뒤 부임한 LG야구단의 A사장은 잠실 경기에서 패하고 난 뒤 백인천 당시 감독에게 선수들을 불러 모아달라고 했다. 선수들 앞에 선 A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고 구본무 LG 회장은 그룹 사장단 회의 때 A사장을 지적하지는 않으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우스갯 소리를 했다고 한다.
불과 30년 전 우리나라 야구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급발전했다. 특히 일본에 의존했던 한국야구는 1994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메이저리그와 교류하면서 지금의 수준이 됐다. 삼성 라이온즈가 1995년부터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동계훈련을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의 구단들이 미국야구에 정통하게 됐다.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야구스타들이 오대산 얼음물에 들어가는 극기 훈련도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 서두에 예를 든 야구단 사장이다.
구단 사장들의 역할은 경영이다. 운영예산을 확보하고, 마케팅을 통해 돈을 벌어 수익을 내야 한다. 선수를 사고 파는 것도 하나의 경영이다. 키움을 제외하고는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한국 야구 사장의 역할은 메이저리그와 조금 다르다. 그룹으로부터 홍보비로 책정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홍보비로 많은 예산을 따내 현장으로 내려주면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구단주의 신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구단들이 선수들을 대거 방출하고 있다. 포스트시진에 진출한 팀들도 ‘다른 팀에 갈 수 있으면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이유를 들고 여기에 합류하고 있다. 이미 은퇴가 예정됐던 박용택이나, 정근우(이상 LG)도 있고, 김주찬(KIA), 김태균, 이용규(이상 한화), 채태인(SK) 등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칭 스탭 해고도 역대급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시즌 한국 스포츠는 ‘코로나19’로 대부분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프로야구 각 구단마다 수입은 1백억원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모기업의 매출도 줄어들었으니 구단들은 우선적으로 선수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과거 각 구단들은 팀성적이 전부였다. 사장들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가을야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다른팀에 가서 득이 될 것 같은 선수를 쉽게 내보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야구장에 위기가 찾아오니 구단들은 선수들부터 선택했다.
최근 5년간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장으로 변했다. 확실한 외국인 선발 투수 두 명과, 타자 한 명을 확보한 팀이 아니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NC를 비롯해 2위 KT, 3위 두산, 4위 LG, 5위 키움은 모두 외국인 선수를 알차게 뽑은 팀들이다. 반면 최하위의 수모를 당한 한화를 비롯해 가을야구에 실패한 SK, 삼성, 롯데, KIA는 모두 외국인 선수에 문제가생긴 팀이다.
특히 올시즌 투수 성적을 보면 외국인 투수가 모든 기록을 점령했다. 국내파 투수들 중 다승, 방어율, 탈삼진 등에서 명함을 내는 선수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KBO는 이런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하루 속히 이사회를 열어 외국인 선수의 수를 줄이고, 우리 선수들을 한 명이라도 더 보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 선수에 사활을 걸다가 인기가 급속도로 하락한 프로농구(KBL)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KBL은 ‘외국인 선수의 개인기를 보여줘야 팬들이 많이 확보된다’는 논리를 앞세워 출전 선수 5명 중 외국인 선수를 2명 뛰게 했다. KBO는 국내 스타가 사라진 KBL을 따라가서는 안된다. 모든 책임은 사장들이 모임인 KBO 이사회에 있다.
sungbaseball@sportsseoul.com
기사추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