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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순서를 좀 바꿔보면 어떨까…. 고민은 하고 있어요.”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2차전을 앞두고 왼손 불펜 투수 조현우(26) 활용법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올해 54경기에서 46.2이닝을 던지며 5승 1세이브 9홀드(1패)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한 조현우는 KT 불펜의 사실상 유일한 왼손 릴리프다. 좌타 중심인데다 최주환 김인태 등 대타 요원도 대부분 좌타자인 두산의 선수 구성을 고려하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기도 했다.
지난 9일 두산과 PO 1차전에서 9회초 1사 3루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 결승타를 내줬지만, 조현우는 자신감을 회복해야만 했다. 이 감독은 “(주)권이를 최대한 뒤쪽으로 밀고, 상대 타순에 맞춰서 (조현우 투입시기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PO에서 좌타자 네 명을 1~4번에 포진시킨 뒤 박세혁과 오재원을 징검다리 형태로 배치해 왼손 릴리프 투입 시기를 흐트러뜨렸다. 왼손 투수가 많으면 원포인트 릴리프로 활용할 수 있지만, 조현우 홀로 버텨야 한다면 1~4번 타순 때에만 활용할 수 있다는 약점을 파고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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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KT는 PO 1차전에서 윌리엄 쿠에바스가 9번타순에 교체투입됐는데, 대타로 나선 최주환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 선취점 빌미를 제공했다. 이 감독은 “두산이 기회를 만들 때를 보면 왼손 투수가 우타자 한 명을 반드시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오른손 투수를 투입하면, 상위타순에 좌타자들이 대거 포진 돼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어 고민”이라고 투수 교체 시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조현우는 KT 불펜 운용상 꼭 필요한 자원이다. 이 감독은 2차전에서 조현우를 6회초 무사 1루 위기 때 투입하는 강수로 ‘스스로 이겨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조현우는 선두타자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지만, 호세 페르난데스를 중견수 호수비로 잡아낸 뒤 오재일과 김재환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 피치라는 약점도 높낮이를 활용한 투구로 상쇄했다. 몸쪽 높은 패스트볼과 바깥쪽 슬라이더, 바깥쪽 패스트볼과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적절히 활용해 두산 타자들의 적극성을 역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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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재일과 10구 접전 끝에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잡아낸 뒤 김재환에게도 슬라이더 두 개를 연거푸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경기 승패를 떠나 국내 최고 좌타자로 꼽히는 오재일 김재환을 잇따라 주저 앉힌 것은 조현우의 성장세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단기전이 주는 중압감에 실점 위기 속에서도 자기 공을 던지면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감독이 조현우의 기세를 끌어 올린 셈이다.
KT는 이제 벼랑끝 승부다. 3차전에서 패하면 시즌 끝이다. 경험치나 객관적 전력에서 두산에 열세인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1승이라도 따내야 내년을 준비하는 치열함이 배가 된다.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는데 불펜 운용 중심에는 조현우가 사실상 키플레이어다. 적어도 불펜싸움에서는 힘의 균형을 맞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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