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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한국과 미국, 일본까지 세 나라 리그가 같은 시장을 공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와 일본프로야구, 그리고 KBO리그가 계단을 이룬 채 맞물려 움직인다. ML에서 특정 포지션의 수요가 높으면 당연히 일본프로야구와 KBO리그 외국인선수 시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투수 포지션이 그렇다.
시장 동향만 봐도 뚜렷히 드러난다. 일찌감치 외국인투수 두 명을 낙점한 SK와 한화 외에 다른 팀들도 재계약 대상자들과 계약을 빠르게 체결하고 있다. KIA 애런 브룩스, 롯데 댄 스트레일리, LG 케이시 켈리, 키움 에릭 요키시, KT 윌리엄 쿠에바스 등은 이듬해에도 올해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다. 한국에서 맹활약을 발판 삼아 상위리그로 떠나는 투수도 있다. 후반기부터 괴력투를 펼친 크리스 플렉센은 시애틀과 빅리그 계약을 맺었고 라울 알칸타라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유니폼을 입을 확률이 높다. 수준급 투수들을 두고 구단들이 국경을 넘어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리고 이는 KBO리그 구단들이 주시하고 있는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팀당 60경기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ML는 이듬해에는 162경기 풀시즌을 치를 확률이 높다. ML 구단들도 이를 고려하고 마운드 뎁스 유지및 강화에 심혈을 기울인다. ML 구단마다 논텐더로 인한 투수 유출을 줄였고 이른바 보험의 형태로 마이너리그 계약도 부지런히 체결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논텐더 혹은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될만 한 투수들이 여전히 묶여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자 KBO리그 구단들은 서둘러 재계약 대상자와 사인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있다. 플렉센에 이어 알칸타라와도 이별을 각오해야 하는 두산이 대만에서 활약한 왼손투수 아리엘 미란다를 응시한 이유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15일 미란다 영입을 두고 “유력한 영입 후보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BO리그 구단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수준급 선수와 계약을 맺는 것이다. 약 1년 전 플렉센이 그랬다. 선수 본인의 의사가 강하고 ML 구단도 이적료를 비롯한 여러가지 조건이 맞으면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도 태평양을 건넌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당시 이적료를 부담하고 플렉센을 데려왔다”고 밝혔다. 두산은 플렉센 영입에 상한액인 1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중 연봉이 60만 달러, 계약금이 14만 3000달러였다. 나머지 비용은 이적료로 들어갔음을 유추할 수 있다. 현재 특급 선발투수를 찾는 KBO리그 구단들은 이적료도 부담할 각오로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투수 영입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외국인투수 시장이 한정된 자원 속에서 움직이는 반면 외국인야수 시장은 투수보다는 여유가 있다. 지난 3일 논텐더 지명 마감일에도 나름 수준급 야수가 많이 풀렸다. 기존 외인야수와 계약을 맺은 SK, KIA, 롯데, 그리고 라이언 힐리를 데려온 한화 외 6구단도 투수보다는 여유 있게 야수 시장을 바라본다. 몇 년 전부터 KBO리그 구단 레이더망에 들어왔던 란젤 라벨로, 저스틴 보어, 오스틴 딘, 호세 피렐라 등이 여전히 한국에 올 수 있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보어와 피렐라는 올해 일본에서 뛰었지만 재계약에 실패했고 한국에서 재기를 노릴만 하다. KBO리그 구단들은 기존 외국인 야수와 이들의 기량을 비교하며 협상 테이블에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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