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두산 김민규가 내년에도 마운드를 이끌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 11월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이닝을 마친 뒤 야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모습.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최민우 기자] 선발과 불펜을 오갔며 분투했던 두산 김민규(21)는 2021시즌에도 팀 마운드를 이끌 수 있을까.

김민규는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1군에서만 29경기에 등판했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았다. 2018년 KBO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30순위로 입단한 김민규는 지난 두 시즌동안 1군 경기에 각 한 번씩, 총 2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다 올해 마운드가 부상과 부진으로 시름하자 전천후 등판하는 ‘스윙맨’으로 중용됐다. 팀 투수진의 위기는 백업 자원에게 기회가 됐고, 김민규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민규
두산 김민규. 스포츠서울 DB

올해 두산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할 것 없이 총체적 난국을 겪었다. 선발로 자리잡은 이용찬은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됐다. 유희관은 우여곡절 끝에 8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기록했지만, 들쑥날쑥한 경기력으로 코칭스태프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지난해 17승을 거뒀던 이영하는 끊임없는 부진에 빠져 결국 마무리로 전환했다. 대신 클로져였던 함덕주는 선발로 보직 변경을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설상가상 이형범 마저 1, 2군을 오가다 지난 8월 팔꿈치를 다쳐 전열에서 이탈했다.

김민규
두산 김민규가 지난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데일리 MVP로 선정된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민규는 난세의 영웅처럼 등장했다. 올시즌 29경기에서 53.1이닝을 소화해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했다. 지난 8월 2일 NC와 경기에서 7-4로 앞선 연장 12회말 1사 1,2루 위기에 마운드에 오른 김민규는 삼진과 플라이로 경기를 끝내 생애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에 밑거름이 됐고, 포스트시즌(PS)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11월 13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이 1회 연속 3안타를 맞고 흔들리자, 곧바로 마운드에 투입됐다. PS 첫 경험에도 불구하고 김민규는 4.2이닝동안 4삼진을 솎아내 PO 4차전 MVP로 선정됐다. NC와 KS 2차전에서도 선발로 등판해 5.1이닝을 소화했다. 비록 팀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민규는 PS 총 5경기에서 12이닝동안 삼진 7개를 곁들여 1승 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했다.

새롭게 재편해야 하는 두산 마운드에서 김민규는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크리스 플렉센, 라울 알칸타라를 대신해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을 영입했다. 여기에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이용찬과 유희관의 거취도 불분명하다. 자신의 이름을 알린 김민규가 또 한번 혼란을 틈타 마운드 한 축을 담당하면 비로소 ‘풀타임 1군 투수’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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