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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옵션계약 키코(KIKO) 피해기업인 일성하이스코(이하 일성)에 대해 “제조업인지 금융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키코 거래 이익에 의존한 (금융)전문가 기업”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대해 장세일 전 일성 대표이사 회장이 강한 어조로 반박하고 나섰다. 장 전 회장은 “자사 핵심 주주였던 산업은행이 판매한 키코를 의심 없이 받아들였고 그 결과 1억불 수출탑 달성,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한 회사를 잃어버렸다. 그로부터 9년 뒤 산업은행 수장이 일성을 지목하며 내뱉은 발언들에 상상할 수 없는 모욕을 느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장 전 회장은 13일 서울시 용산구 모처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이 일성을 금융전문가 기업이라고 말했는데 동의한다. 왜냐하면 산업은행이 2000년~2012년 일성 지분의 20%를 보유한 2대 주주였기 때문”이라면서 “일성이 사기상품 키코로 인해 900여억원의 손실을 입어 부도가 나고 2012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지분을 넘기기 전까지 산업은행은 13년간 일성의 핵심 주주로 있었으니 금융전문 기업이라 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일성은 2012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농협, 신한, 우리, 하나, 기업, 국민, 산업은행 등 키코 판매사들이 주주로 있는 자산관리주식회사 유암코로 모든 채권과 지분을 넘겼다. 알짜 중견기업이 키코로 인해 쪼그라들고 은행들 소유로 넘어간 것이다.
장 전 회장은 이어 “이 회장은 ‘일성은 2004년에서 2007년까지 4년간 키코 거래로 31억8000만원의 이익을 본 회사다. 여러 은행과 거래하며 연 평균 8억원의 이익을 봤다’고 하는데 이후 2008년 345억원, 2009년 475억원, 2010년 81억6000만원 등 총 900억원 등 연간 300억원씩 손실을 본 것은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과연 키코가 정상적인 상품이고 산업은행이 세금으로 투자한 기업에 정상적으로 판매한 상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 전 회장은 또 “이 회장은 ‘일성의 당기순이익에서 키코 거래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4%, 2007년 42%다. 제조업인지 금융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키코 거래에 의존했던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정말 상상불가의 모욕이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수장이 뱉은 말이라고 믿기 어렵다”면서 “일성은 플랜트 기자재 전문기업으로 1억불 수출탑 달성 및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회사다. 대한민국 성장동력 중 하나인 플랜트산업의 1세대가 기업을 이끌고 성장시킨 곳”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장 전회장은 “키코라는 통화옵션계약의 거래이익을 비교하려면 일성 매출액의 90% 이상이 수출이니 매출액과 비교하는 것이 좀 더 상식적이지 않을까? 매출액과 키코 거래 손익을 비교하면 2004년에서 2007년까지 0.57%, 0.91%, 0.78%, 1.04%에 불과하다. 평균 1%를 넘지 않는 셈이다. 연환율변동폭을 봤을 때 그다지 무리한 숫자로 보이지 않는다. 이후 2008년, 2009년도에 환헤지 상품이라는 키코로 인한 손실이 매출의 -15.98%, -20.98%나 발생한 것이 훨씬 더 비상식적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이 회장의 기자회견 원고가 국책은행장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면 대한민국의 금융미래가 너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참모가 작성해 준 것을 아무 생각없이 읽었다는 정정보도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일성에 대해 “본업 못지않게 파생상품에 탐닉하면서 많은 이익을 본 기업”이라고 주장하며 ‘키코 판매사는 피해기업에게 배상하라’는 취지의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의 분쟁조정결정문에 따르면 일성이 2007~2008년 산업은행과 5건의 키코 계약을 할 당시 장외파생상품 거래경험이 없는 경리업무 담당 직원이 키코 업무를 담당했으며 별도의 환리스크를 담당하는 전담팀이나 내규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황상 파생상품에 탐닉했다기 보다는 2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을 믿었기 때문에 키코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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