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탈북하면 '꽃보다 남자' 구준표를 만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하하."


편견에 불과했다. 탈북자는 무조건 그늘지고 어두울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북한에서 온 유튜버 강나라(놀새나라·24)는 얼굴빛이 싱그러웠고 입담은 야무졌다. 방송 출연, 유튜브 기획 등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꽤 빡빡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지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라며 미소지었다. 이 날은 비가 내려 우중충했지만 그의 인간 비타민 같은 매력에 반경 1m만큼은 해사했다.


강나라는 유튜브 '놀새나라TV'를 통해 북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먹방, 뷰티, 브이로그 등도 곁들이며 구독자 27만 명을 끌어모았다. 탈북자들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줄이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그가 다루는 북한 이야기는 '국정원 처음가서 충격받은 것', '실제 북한 여자의 100년 뷰티 변천사, '북한 여자가 한국 남자랑 소개팅했을 때 충격받은 것' 등 우리가 모르는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특히 콘텐츠 상당수가 실제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으로 구성돼 진정성도 진하다. 어투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담백하다. 그동안 TV조선 '모란봉 클럽', E채널 '수다로 통일 - 공동공부구역 JSA' 등에 출연하며 쌓은 방송 경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2014년 탈북해 어느덧 한국 생활 10년 차를 바라보게 된 강나라. 말하는 표정과 눈빛, 제스처를 보니 진즉에 한국 사람 다 됐겠다 싶었다. 북한 사람에서 지금의 대한민국 20대로 존재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또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지 인간 강나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놀새나라'는 어떤 뜻인가요?


놀새가 북한 말로 날라리라는 뜻이에요. 북한에 있을 때 공부를 잘 안하고 땡땡이도 잘 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놀새 의미와 어느 정도 맞고 또 "잘 놀고 잘 먹고 잘 살자"라는 뜻으로 이렇게 짓게 됐어요.


Q. 북한에서도 이렇게 밝고 인싸 같았나요?


북한에서 예고, 예대를 나왔어요. 원래 악기 쪽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노래가 더 나을 것 같아 성악에 도전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할 만 하더라고요. 이 과정이 지금 하는 일에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음악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환경이 사람을 바꾸더라고요.


성격도 원래 소심했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 소극적이면 반겨주는 분위기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밝은 척을 했고 몸에 배니 지금의 성격이 됐어요. 그늘이 있었는데 깨진거죠. 적응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Q.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2015년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는데 2017년 즈음부터 일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BJ를 하게 됐는데 잘 안됐고 시행착오를 겪다가 유튜브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유튜브로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게될 줄 몰라서 감사할 뿐이에요.


Q. 유튜버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탈북자 유튜버가 100명이 넘어요. 한국과 북한의 언어, 문화적인 격차를 좁히고자 만든 분들이 많아요. 단지 돈벌려고 유튜브 시작했다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통일로 가는 길에 밑거름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래서 딴 길로 새지 않고 관련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제 구독자 대부분은 북한 이야기에 관심 있어 오신 분들이라 북한 관련 영상 제작하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Q.취지는 참 좋은데 사실 현실적으로 통일이 가까워보이지 않아요. 회의적이고 요원하게 보는 국민도 많죠.


제 생각에도 통일은 희미해요. 안갯속이죠. 저도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앞으로 당장 안되더라도 서로 여행하며 교류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통일은 안 돼도 그렇게만 돼도 감사할 것 같아요.


Q. 어머니가 6년 먼저 탈북했다면서요. 탈북은 홀로 감행한 건가요?


어머니가 탈북한 뒤 저는 새 어머니와 같이 살았는데 갈등이 잦았어요. 싸우고 홧김에 집을 나왔고 탈북을 생각하게 됐어요. 또 그때는 한국에 가면 드라마 '꽃보다 남자' 구준표를 만날 수 있겠다는 환상도 있어서 이런 것들이 저를 자극한 것 같아요.(웃음) 어머니가 중국 브로커를 통해 탈북을 도와줘 브로커와 함께 빠져나왔어요.


Q. 급박하게 이뤄진거네요. 위험한 순간은 없었나요?


브로커랑 압록강을 건널 때, 군인이 저희를 발견해서 총을 쏜 순간이 있었어요. 사살 목적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라는 의미로 공포탄을 쏘는 거예요. 그래도 저는 너무 놀랐고 발을 헛디뎌 물에 떠내려갔어요. 브로커 손도 놓치고 물에 가라앉았는데, 다행히 저를 잡아 뭍에 데려가주셔서 목숨을 건졌어요. 그 때 유언도 남긴 기억이 나요.


Q. 탈북 전으로 돌아간다면 또 탈북할 건지요.


절대 안할 거예요. 모르고 해서 한 거지 알고하면 못할 짓이에요. 사실 탈북하고 2년 동안은 다시 돌아가고 싶더라고요. 철없는 생각에 뛰쳐나온 것 같아 후회했어요. 북한에 있는 가족과 추억을 더 많이 쌓지 못한 게 아쉬워요. 명절이나 가족 생일 때 가장 많이 보고 싶어요.


Q. 탈북도, 그 후의 정착도 모두 어려운 것 같아요.


맞아요. 한국에서 뭘 할지 뚜렷한 계획이 없거나 북한 생활도 나쁘지 않다면, 꼭 탈북이 답은 아닌 것 같아요. 새 환경에 적응하는 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거든요.


저는 북한 억양이 남아있고, 친구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한국 표준어가 어려우니까 뭘 사도 벙어리처럼 카드만 건넸고, 친구도 없으니 고향 영상만 찾아봤어요. 제가 드라마랑 홈쇼핑을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발음은 배우들 대사, 쇼호스트 멘트를 많이 따라하니까 좋아지더라고요. 친구도 지금은 많이 생겼어요.



Q. 그래도 "탈북하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을 것 같아요.


작년부터 느꼈어요. "왜 탈북했냐"는 글부터 시작해서 인신공격 메시지가 오던 때가 있었어요. 댓글 5000개가 거의 악플인 적도 있어요. 그래서 방송을 10개월 정도 쉰 적 있는데, 힘들긴 했지만 더 단단해진 계기가 됐어요. 다시 방송을 시작하니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용기를 찾았고 행복감을 느꼈어요. 이제 악플이 달리면 제가 상단에 고정시켜놔요. 그러면 팬들이 응징해주죠.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웃음)


Q. '탈북자' 타이틀, 장점인가요? 단점인가요?


저는 장점이 됐어요. 초반엔 '탈북녀'라는 말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수식어가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함이 커요. 평범한 상황에서 제 또래 친구들과 경쟁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Q. tvN '사랑의 불시착'에 자문한 경험이 있다고요.


'사랑의 불시착'이 방송되기 1년 반 전 쯤에 PD님, 작가님들이 연락을 주셔서 너무 신기했죠. 저는 일반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옷차림, 생활 등에 대해 말씀드렸어요. 그 땐 주인공이 현빈 씨, 손예진 씨가 될 줄 몰랐던 때고 대강 이런 드라마를 제작할 거라는 말만 들은 상황이었어요. 나중에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덕분에 저도 해외 언론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구독자 수도 많이 올랐죠.


Q. 30년 후에도 이렇게 유튜브를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을까요?


MCN(크리에이터 기획사)을 차릴 것 같아요. 그때쯤이면 저도 유튜버로서 더욱 성장하고 노하우도 많아질 시기니,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결혼도 해서 가정도 있겠죠? 결혼은 20대 지나기 전에 하고 싶어요. 부모님은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전 갈거예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탈북민 유튜버들 중 가장 독보적인 채널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나태해지지 않고 신박한 기획도 많이 만들래요. 개인적인 목표로는 멋진 CEO도 되고 싶어요. 쇼핑몰을 오픈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 접었거든요. 많이 준비해서 돌아올게요.


[SNS핫스타]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로서, 페이스북 'SNS핫스타' 페이지를 통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사진ㅣ이게은기자 eun5468@sportsseoul.com, 놀새나라 TV, 강나라 인스타그램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