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KIA 김선빈, 쌀쌀한 가을이지만...
KIA 타이거즈 김선빈이 타석을 준비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저 5번타자 하면 안돼요?”

KIA 김선빈이 최형우에게 물었다. “안돼.” 돌아온 최형우의 짧고 간결한 대답. “왜요?” 김선빈이 다시 물었다. “너 똑딱이잖아.” 한 번 더 비수처럼 날아든 최형우의 대답. 대화는 김선빈의 쿨 한 인정으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최형우는 반대했지만, 나쁜 그림은 아니다. 김선빈이 5번 타순에 배치되면 타선의 연결 측면에서 기대요소가 늘어난다. 김선빈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최적의 타순 조합을 찾고 있는 KIA 맷 윌리엄스 감독에게는 또 하나의 옵션이 생긴 셈이다.

김선빈은 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전날 최형우와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실내 위주의 체력훈련에 집중하던 KIA는 8일부터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워밍업을 함께하던 김선빈은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타점을 목표로 세운 최형우를 향해 “누상에 나가면 열심히 안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최형우는 “그럼 2번 타순에 들어가지 말라”고 맞섰다. 그래서 시작된 얘기가 5번 타순이다. 김선빈은 “타점을 더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형우형한테 5번 타순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며 웃었다.

최형우
KIA 최형우가 3회초 1사1루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프레스턴 터커와 최형우 모두 출루율이 좋기 때문에 김선빈 앞에서 타점 기회가 생길 확률이 높다. 3, 4번 타자가 해결할 수도 있지만 모든 안타를 홈런으로 연결할 수는 없으니, 주자가 쌓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1, 2간으로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KBO리그에서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만큼, 발 느린 주자가 있을 때에도 더블플레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진루타와 적시타 모두 가능하고, 나지완 등 클러치히터가 6번에 배치되면 상황에 따라 번트 등의 작전을 전개하기도 좋다.

하지만 최형우는 단호했다. 그는 김선빈에게 “3, 4번 타자는 발이 느리지 않느냐. 너는 똑딱인데, 짧은 안타로 우리가 홈까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으냐”라며 껄껄 웃었다. 형들의 ‘느린 발’을 생각지 못한 김선빈도 껄껄 웃으며 “인정”이라며 쿨하게 돌아섰다. 정작 기록을 살펴보면 김선빈도 곧잘 2루타를 때려낸다. 지난해 부상으로 85경기에서 안타 100개를 떄려냈는데, 이중 19개가 2루타였다. 5번타자 김선빈도 KIA 선수 구성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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