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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한국야구를 책임질 두 라이징스타가 프로 입단 후 첫 맞대결에서 각자의 매력을 뽐냈다. 지난해는 시작점일 뿐이었다는 것을 예고하듯 더 높은 곳을 향해 진격하는 KT 소형준(20)과 LG 이민호(20)다.
소형준과 이민호는 9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평가전에서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소형준은 28개를 던지며 2이닝 1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이민호는 24개의 공을 던지며 1이닝 2안타 1사구 1탈삼진 2실점했다. 물론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비공식 평가전이다. 두 투수 모두 정규시즌에 맞춰 페이스를 올리는 단계기 때문에 이날 경기를 기준삼아 둘의 우위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래도 둘다 2년차 시즌을 향한 기대를 품기에는 충분했다.
소형준이 특히 그랬다. 지난해 후반기 다양한 구종을 자유롭게 구사했던 모습을 올해 두 번째 실전부터 펼쳐보였다.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도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후 타자를 요리했다. 1회 이천웅을 절묘한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이형종에게는 컷패스트볼로 내야땅볼을 유도했다. 김현수에게 볼넷을 범한 후 양석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수비 도움을 받아 실점을 피했다.
소형준의 진가는 2회에 드러났다. 다소 밸런스가 흔들렸던 1회 문제점을 파악한 듯 한층 정교한 로케이션으로 타자를 공략했다. 채은성을 하이 패스트볼 승부로 외야 플라이 처리했고 오지환은 바깥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김민성은 몸쪽을 공략해 삼진 처리했다.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를 넓게 활용하는 것은 물론, 구종까지 다양하게 섞으며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지난해 처음 구사하기 시작한 컷패스트볼은 이미 소형준을 대표하는 구종이 됐다. “나는 저 나이 때 절대 저렇게 던지지 못했다”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감탄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님을 증명했다.
이민호 또한 수준급 구위를 뽐냈다. 1회 첫 타자 초구부터 146㎞를 찍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난 공이 많았고 몸쪽 승부를 펼치다가 몸에 맞는 볼도 범했다. 의도치 않게 공이 높게 형성돼 장타도 맞았다. 하지만 이제 첫 실전이다. 지난해 이맘 때 이민호는 라이브피칭에 임했다. 실전을 향한 준비과정이었다. 올해는 선배 투수들과 함께 출발점에 선다. 지난 겨울 프로선수로서 처음 맞이하는 비시즌을 알차게 보냈고 캠프 기간 커브를 연마하며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도 신본기를 상대로 커브를 섞어 3루 땅볼 처리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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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전 감독은 이민호를 두고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투수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TV에서 이민호가 던지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봤다. 굉장히 공격적으로 던지며 의도적으로 볼카운트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가더라. 올해도 이민호의 투구를 주목할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첫 번째 구간 승리자는 소형준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1차전 후 KT 이강철 감독은 “국가대표 투수가 나왔다”고 소형준을 극찬했다. 실제로 당장 대표팀을 구성해도 소형준이 선발진에 포함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둘다 아직 마라톤 초반 구간을 지났을 뿐이다. 이민호 또한 부지런히 소형준을 따라갈 것을 다짐했다. 이민호는 지난해 12월 “많은 분들이 나와 형준이의 대결을 기대하시는 것 같다. 첫 해에는 아쉽게 맞붙지 못했는데 다가오는 시즌에는 자주 붙게 되지 않을까. 형준이는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았으니까 나도 함께 로테이션을 돌면 야구팬들이 기대하시는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규시즌 퓨처스 에이스 빅뱅을 예고한 것이다.
끝없이 막막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았다. 오른손 에이스를 향한 극심한 갈증에 시달렸던 한국야구가 소형준과 이민호라는 보물을 얻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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