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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늘 간절한 마음으로 타석에 섰고 자신도 모르게 대기록에 닿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홈런과 안타는 현재진행형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 최형우(38)가 2000안타 달성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꾸준히 굵직한 발걸음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사실상 원맨쇼로 자신과 팀이 필요했던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 최형우는 지난 20일 잠실 LG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1회와 5회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2홈런 4타점 맹활약을 펼쳤고 KIA는 최형우를 앞세워 2연패에서 탈출했다. 더불어 11경기 만에 홈런 갈증에서도 벗어났다. 최형우 또한 홈런 두 방으로 KBO리그 역대 12번째 2000안타 달성자가 됐다. KIA 프랜차이즈 최초로 KIA 유니폼을 입고 2000안타 순간을 만든 선수가 된 최형우다.
모든 타자가 꿈꾸는 기록이지만 2000안타는 최형우에게는 특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날 경기 후 그는 “양준혁 선배님이 최초로 2000안타를 친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에도 잠실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그 때는 내가 2000안타를 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도 마찬가지지만 그때 나는 기록이나 FA 같은 것을 생각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봤다.
실제로 최형우는 양준혁이 2000안타를 달성했던 2007년 6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 경기에서 1군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처지였다. 당시 방출된 선수였고 경찰야구단 소속으로 가까스로 2군 무대에서 뛰었다. 2군 무대를 평정하며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고 1군 선수가 됐지만 2008년 개인 통산 세 번째 안타를 치기까지 무려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이후에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13년 연속 100안타 이상, 그리고 333홈런을 터뜨리며 가장 꾸준한 타자가 됐다. 그러나 만 25세에 커리어를 다시 시작한 13년 전만 해도 대기록이나 FA는 바라볼 수도 없었다.
최형우는 “정말 기록 같은 것은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도 내게 2000안타는 여전히 먼 곳에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기록을 세운 비결 같은 것도 모르겠다. 굳이 말하면 나는 남들보다 늦게 야구를 잘하게 됐고 그러면서 힘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2000안타를 달성하신 선배님들 대부분은 어릴적부터 야구를 잘하지 않았나. 나는 반대다.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안타와 홈런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덧붙여 그는 “마음가짐은 방출 후 다시 기회가 왔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때부터 늘 하루에 안타 하나씩 치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선다. 그래서 기록을 더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기록을 이어갈지도 모르겠다. 다만 늘 이렇게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계속 이런 모습을 이어가고 은퇴할 때가 되면 내가 세운 기록이 와닿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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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목표 또한 숫자가 아니다. 최형우는 “기록보다는 타격 컨디션부터 찾고 싶다. 홈런 2개가 나왔지만 타격감이 좋은 상태는 아니다. 내가 잘 쳤다기보다는 몸쪽공이 어떻게 잘 맞아서 홈런이 나왔다”며 “그래도 이전보다는 타격감이 조금 좋아졌다. 이전 경기에서는 정말 타이밍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몸에 들어와서 타격하는 것 같았다. 홈런도 나왔으니까 이를 계기로 팀도 많이 승리하고 나도 잘 했으면 좋겠다”고 늘 그랬듯 소소하게 작은 것부터 맞춰나갈 것을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혹시 2000안타에 대한 부담으로 그동안 타격 컨디션이 나빴나?’는 질문에 “정말 기록을 의식하지는 않았는데…”라고 답변을 미루면서도 “그래도 2001안타, 2002안타가 금방 나오면 기록에 대한 영향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만큼 빨리 다음 안타도 치고 싶다”며 바로 다음 경기 안타 하나를 바라봤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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