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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여러모로 낯선 상황과 마주했음에도 실력으로 자격을 증명하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며 다소 멀어진 것 같아 보였지만 다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소속팀의 험난한 일정을 고려하면 로테이션 보강은 필수다. 꿈을 쫓아 태평양을 건넌 양현종(33·텍사스)이 선발 등판을 향한 굵직한 발자국을 찍었다.
양현종은 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보스턴과 홈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51개의 공을 던지며 4.1이닝 1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맹활약했다. 선발투수 아리하라 코헤이가 2.2이닝 6실점으로 조기강판되면서 두 번째 투수로 대기하던 양현종에게 기회가 왔고 양현종은 3일 휴식 후 등판해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90마일 초반대 패스트볼과 80마일대 체인지업을 낮은 로케이션으로 꾸준히 섞어 던졌다. 좌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 그리고 스프링캠프 기간 연마한 커브도 이날 경기에서 보여줬다. 시즌 초반 뜨거운 타격을 자랑하는 보스턴을 상대로 완벽한 제구력과 볼배합을 앞세워 흔들리지 않았다. 아리하라는 홈런 3개를 맞았으나 양현종이 허용한 장타는 전무했고 맞은 안타 또한 정타와는 거리가 있었다. 팀타율(0.258)과 팀OPS(출루율+장타율 0.759)에서 두루 리그 상위권에 오른 보스턴 타선을 정교함으로 맞서 최고의 결과를 낸 양현종이다.
이대로라면 선발 등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텍사스는 지난달 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부터 오는 12일 샌프란시스코전까지 19연전을 치르고 있다. 12일 샌프란시스코전을 치른 뒤 하루 휴식 후 11일 연속 경기에 임한다. 최근 텍사스는 아리하라 외에 카일 깁슨, 데인 던닝, 마이크 폴티네비치, 조던 라일스가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선발투수들의 연이은 4일 휴식 후 등판을 피할 수 없다. 텍사스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4.16으로 이 부문 아메리칸리그 9위다. 시즌 전 우려 보다는 선발진이 분전하고 있으나 아리하라와 조던 라일스가 각각 평균자책점 5.76, 6.75로 고전 중이다.
험난한 일정과 고전하는 투수들로 인해 6번째 혹은 7번째 선발투수는 필수다. 양현종의 선발 등판도 현재 진행 중인 19연정 중 한 경기가 될 수 있다. 텍사스가 개막 후 양현종을 예비군에 두면서 대기시켰던 이유 또한 19연전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텍사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 또한 양현종의 보스턴 투구를 극찬하며 선발진이 열려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1일 경기 후 MLB.com을 비롯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양현종은 보스턴 타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치 타석에 타자를 두지 않고 자신의 투구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을 여기서도 보여주고 있다”며 “최고 타자들을 상대로도 자신을 믿는 모습있더. 충분한 기량을 지녔음을 증명해보인 투구였다”고 밝혔다.
아직 공식 발표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드워드 감독의 머릿속에는 양현종의 선발 등판 날짜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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