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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영화 ‘히든 페이스’에서 배우 박지현 표정은 종잡을 수 없다. 영화 변곡점에서 얼굴을 자유자재로 네 번이나 바꾸며 관객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
첼리스트 미주가 지휘자 성진(송승헌 분)과 면접에 등장했을 때 냉랭하기 그지없는 첫 번째 얼굴, 밀회를 나눌 때 부끄러움과 사랑스러움이 범벅된 두 번째 얼굴, 3개월 7개월 전으로 영화가 거꾸로 가면서 수연(조여정 분)과 관계 속에서 탄생하는 세 번째 얼굴, 엔딩에서 쾌락을 탐닉하는 네 번째 얼굴까지. 극 중 성진-미주를 연결해 주는 슈베르트 교향곡처럼 장조와 단조를 넘나드는 변주에 아찔하다. 김대우 감독은 “어디에다 써도 다 할 수 있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박지현은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미주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하고 싶은 걸 좇는다”며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고, 능청스럽게 거짓말도 할 수 있다. 캐릭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연기하기가 어려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파격 전라 노출’ 보다 어려운 내면 연기였다. 속에 있는 감정과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이 불일치하게 연기해야 했다. 미주는 성진과 잠자리가 목적이 아니었다. 자신을 배신한 수연에게 복수를 해야 했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 돌이켜보면 지현이 지어낸 모든 표정과 소리는 거짓이었다.
마에스트로 성진은 자신이 ‘분식집 아들’이라고 털어놓았다. 미주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었다며 ‘고아’라는 걸 밝혔다. 성진은 교감하고 있다고 느꼈다. 소주와 와인은 둘을 취기에 오르게 하고 침대로 올라섰다. 신혼집에서 갖는 밀회라니.
박지현은 “성진을 유혹해서 수연 앞에서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는 게 목표였다”며 “의도적으로 꾀려는 느낌을 없앴다. 순수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베드신은 미주-성진이 저지른 불륜이 아니다. 밀실에 갇힌 수연은 둘 정사를 보고 고함을 친다. 거세게 창문을 두드리는 장면이 누구를 향한 것이었는지 후반부로 넘어가면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김대우 감독은 베드신에서 ‘역(逆)관음적 시선’을 주문했다. 밀실에 갇힌 수연이 정사를 보고 분노할 수 있게 했다. 베드신이 더 농염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박지현은 “미주는 성진을 이용해서 수연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베드신 마지막에 거울 바라보고 수연과 마주하는 듯한 바스트 샷이 있다. 관계를 하는 상대방보다 갇혀 있는 수연을 더 생각하는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에로 영화가 아니다. 인간 심연에 있는 에로티시즘을 길어 올린 영화다. 결코 박지현 ‘파격 노출’로만 소비돼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SS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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