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슨
빌 게이츠의 최측근 마이클 라슨. EPA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금고지기’를 담당한 마이클 라슨에 대한 폭로가 나왔다. 그는 상습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전해진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슨은 빌 게이츠가 상습적으로 여성 직원에게 성적으로 모욕했다고 폭로했다. 라슨은 MS의 자금을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100억 달러였던 게이츠의 자산을 약 30년간 1300억으로 불렸다. 게이츠가 세계 최고의 부호로 올라서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도 평가되고 있다. 라슨은 투자사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에서 빌앤멀린다 게이츠재단이 보유한 5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에서 일한 10명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라슨이 저지른 부적절한 행태를 고발했다. 이들은 라슨이 공공연히 여성 직원들을 성적 매력으로 평가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찾은 여성의 나체사진을 보여주며 한 여성 직원과 비교했다. 특히 한 여성 직원에게는 ‘돈을 좀 줄 테니 옷을 벗을 수 있느냐’라고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직원은 “10여 년 전 성탄절 파티에서 라슨이 남성 직원들과 앉아서 약 6m 떨어진 곳에 있는 여직원 3명을 보면서 매우 저속한 단어를 사용해 ‘쟤들 중에 누구와 자고 싶으냐’고 물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슨은 이런 언행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라슨의 부적절한 행태에는 흑인 직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언사도 있었다. 흑인 여성인 이브라는 “지난해 대선일에 라슨이 투표하라고 해서 ‘아침 일찍 했다’라고 하니까 그가 ‘당신은 게토에 살고 있다. 흑인이 투표를 안 한다는 건 모두가 안다’라고 답하더라”라고 말했다.

비상식적인 행태에는 괴롭힘도 포함됐다. 전 직원들은 입을 모아 직장 내 괴롭힘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2004년부터 3년간 일한 스테이시 이브라는 “내가 이직하려 할 때 라슨은 공매도로 내가 옮길 회사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보복했다. 공매도는 앙심 때문이라고 나와 다른 직원들에게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외 라슨은 ‘쓰레기 같은 실적’, ‘바보’라고 적은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보내거나 면전에서 ‘내가 들은 가장 엉터리 아이디어’라며 모멸을 주기도 했다고 전 직원들은 전했다.

NYT는 수년간 이 회사의 직원 4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이 게이츠 부부에게 라슨의 행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지만 회사 측은 라슨을 제지하는 대신 함구하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해 무마했다고 전했다.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자산운용 규모가 웬만한 월가의 헤지펀드보다 많아졌을 때도 라슨의 이런 직원에 대한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고 전 직원들은 말했다. 이들은 “게이츠의 굳건한 옹호 탓에 라슨은 회사의 ‘공포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라슨의 대변인은 이런 주장에 대해 “380명이 넘는 회사 직원 가운데 라슨과 관련된 불평불만은 모두 합해 한 손에 꼽을 정도”라며 “모든 문제 제기는 완전하게 조사됐고 신중히 처리됐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NYT는 앞서 지난 16일 라슨이 한 여성에게 여러 차례 성폭력을 가했고, 피해 여성이 2017년 게이츠 부부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호소했지만 게이츠가 이를 금전으로 비밀리에 무마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한 부인 멀린다는 이런 일 처리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남편과 불화를 빚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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