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란트 누턴
누턴 게이밍 단체 제공 | 라이엇 게임즈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한국의 누턴 게이밍이 발로란트 e스포츠 사상 첫 국제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FPS(1인칭 슈팅게임) 종목에선 변방이나 다름 없는 것이 현실이라 누턴의 세계 대회 3위 달성은 의미가 남다르다.

누턴 게이밍은 5월 25일부터 31일까지(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뢰이가르달스회들 실내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2021: 스테이지2 레이캬비크’에서 전 세계 10개 팀 가운데 3위에 오르면서 선전했다. 대회 전 누턴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 예상하기 매우 어려웠다. 사실상 발로란트 e스포츠 사상 첫 국제대회였기에 다른 팀들의 경쟁력을 확인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데다 누턴이란 팀도 국내 발로란트 팀 중 그리 유명한 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발로란트 e스포츠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후 한국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팀은 비전 스트라이커즈다. 반면 누턴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누턴은 지난해 국내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사실상 주목 받지 못한 팀이었다.

하지만 누턴은 발로란트 e스포츠 시스템이 구축된 첫 시즌인 챌린저스 코리아 스테이지1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국내 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마스터스에서 결승까지 올랐다. 누턴은 당시 최강팀으로 꼽힌 비전 스트라이커즈와 풀세트 접전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누턴은 이후 스테이지2 준결승에서 비전 스트라이커즈를 2-0으로 격파했고 여세를 몰아 결승전에서도 담원 기아를 3-0으로 잡으면서 아이슬란드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첫 세계대회에서 누턴은 브라질 지역 2위로 대회에 참가한 샤크스 e스포츠를 2-1로 잡아낸 후 북미 2위 버전1과의 대결에서도 2-1 역전승을 거뒀다. 승자 최종전에서 이번 대회 챔피언인 센티널즈에게 완패한 누턴은 유럽 대표 프나틱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펼쳤으나 아쉽게 1-2로 패하면서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그래도 누턴이 보여준 경쟁력과 3위란 기록은 유의미하다. FPS 종목에서 변방이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세계대회 석권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전에 프로젝트 kr과 루나틱 하이란 대표적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팀이 존재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북미와 유럽 팀들에게 밀려 상위 입상은 전무했다. 지속적으로 열리는 국내 대회도 없어 대표 선수들의 처우 또한 불안정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로 누턴의 대표 선수인 ‘솔로’ 강근철은 FPS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게임 기획자로 근무하다가 선수로 복귀했다.

FPS 종목에 있어서 토양이 척박했던 한국이지만 발로란트가 글로벌 e스포츠화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다른 FPS 종목에서 발로란트로 전향한 선수들이 유입되고 있는데다 팀 창단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누턴의 세계대회 3위라는 낭보가 한국 팀들에겐 새로운 자극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과에 대해 굳이 비교 평가하자면 지난 2012년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아주부 프로스트가 준우승을 차지한 것과 비견되지 않을까 싶다. 당시 아주부는 LCK가 공식 대회를 처음 치른 해에 가장 큰 세계대회에 나서서 기존 강팀들을 제치면서 결승까지 올랐다. 이후 국내에선 LoL 팀 창단이 이어졌고 한국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롤드컵에서 5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어떤 이들은 누턴이 대회 3위를 차지한 한 번의 성과를 놓고 침소봉대한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 발로란트 종목의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 하나만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이제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도 스테이지3 개막을 앞두고 있다. 누턴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