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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홈플러스 노사의 2020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며 장기화하고 있다. 홈플러스 임단협은 통상 연초에 타결되지만 이번에는 노사가 간격을 좁히지 못하면서 18개월째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은 16일 서울 청계천 광동교 앞에서 집단삭발을 진행했다. 이들은 사모펀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6년 동안 ‘1조 투자약속 미이행’, ‘인력 9000명 감축’, ‘매장 및 부지 등 부동산 3조 5000억 매각’ 등으로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 삭발 투쟁은 지난 5월에 이어 두번째다.
이날 삭발식은 전국 매장에서 근무하는 현장 조합원 50명을 주축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집단 삭발식을 시작으로 MBK와의 투쟁 수위를 한 단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삭발식 현장 근처에 조합원 300여명이 몰려 경찰이 코로나19 관련 방역 수칙 위반을 지적하며 해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노조는 “지난달 취임한 이제훈 사장의 한 달간의 행보는 매우 실망스럽다. 폐점매각 중단과 고용보장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홈플러스 폐점·매각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했다. 노조는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로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을 통해 천문학적인 시세차익과 개발이익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데 쓴 차입금을 홈플러스 부동산과 자산을 팔아 갚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홈플러스 영업이익으로 갚아왔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들은 오는 19일 전국 매장에서 전 조합원 파업대회를 열고 파업을 진행한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80여개 지회에서 3500여명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직원 중 본사 내근직을 제외한 조합원 비율은 30%에 달한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광화문 MBK 본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며 7월부터 두 달간 농성장을 거점 삼아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진행한다. 7월 3일엔 ‘마트노동자 대회’를 개최해 투기자본규제법 제정 운동을 본격화하고 11월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과 연계해 범국민적인 투쟁에 나설 방침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이같은 강경 대응에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직원 대의기구인 홈플러스 한마음협의회는 지난 10일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에 공문을 보내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촉구했다. 한마음협의회는 교섭 지연으로 정년자나 퇴직자도 임금 인상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조합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들에게는 사측 제시안인 3.4% 인상률을 일단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협의회는 또 “고객의 발길을 끊는 행위”라며 삭발식 등 강경 투쟁 방식의 자제를 요청했다.
vivid@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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