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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와 관련해 쿠팡 노동조합 측이 사측에 책임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쿠팡 측이 강제로 타 물류센터에 전환 배치하고 있다면서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책임있는 사과를 한 후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진짜 혁신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 부터”라며 “쿠팡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원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화재로 ‘차질 없는 배송’을 약속한 쿠팡에게 시민들은 ‘탈퇴’로 답했다. 로켓배송, 새벽배송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시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쿠팡이 제공한 서비스가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가능했음이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쿠팡은 진짜 혁신을 위해 이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안전 문제를 묵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병조 쿠팡물류센터 지회장은 “노동자들은 ‘빨리빨리’ 문화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안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문제를 제기하면 그 다음이 이야기되지 않고 어느 순간 왕따, 양치기 소년이 됐다”며 “지회는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하루를 일해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쿠팡은 가장 먼저 ‘사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화재 신고 요청을 묵살 당한 노동자에게, 화재를 목격하고 놀란 마음으로 대피해야 했던 그 날의 노동자들에게, 늘 위험한 일터에서 불안해하며 일하는 쿠팡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며 “차질없는 배송보다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사과를 하는 것이 더 먼저”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에 △화재 당시 근무 노동자 중 피해노동자 확인 및 치유 지원 △휴업수당 지급 및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선택지 제공 △실질적인 고용안정 대책 △전환 배치 후 센터 내 노동자 적응 방안 마련 △재발방지를 위한 전국 물류센터·캠프 안전점검 시행 △노후 시설 교체·점검 및 체계적인 대비 훈련 교육 등을 요구했다.
쿠팡 측은 화재로 일터를 잃은 직원 97%에 대한 전환배치를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전환 배치는 최대한 희망지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있으며 전날 기준 배치를 원하는 전체 1484명 중 1446명의 배치가 완료됐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직원들도 최대한 희망지에 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도 급여는 계속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센터 소실 후 직원들의 ‘전환배치’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김한민 전국물류센터 지부장은 “전환배치 과정에서 쿠팡은 노동자 입장에 대해 단 한 번의 배려도 없었음이 확인됐다. 센터의 안전점검 미비로 사고가 일어나 하루 아침에 일터가 사라졌으니 회사가 책임지고 노동자들의 생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실업수당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전환배치를 선택하라는 안내 문자만 전달됐다. 노동자들은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 없고 앞으로 어떻게 일할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선택을 강요당했다. 배치가 끝나고 고용안정 약속을 지켰다고 하겠지만 충격·상처 치유할 추가적 노력이 없다면 반쪽짜리 약속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vivid@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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