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
한국 남자 단거리 간판 김국영.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선수로 뛸 날 얼마 남지 않았다. 더 간절하게 임하겠다.”

한국 육상 ‘단거리 간판’ 김국영(30·광주광역시청)이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m 기준기록(10초05) 통과에 실패했다. 그는 지난 26일 강원도 정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7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26으로 이규형(경산시청·10초42)을 제치고 우승했다. 이날 관심사는 김국영의 우승 여부가 아니라 올림픽 기준기록 통과였다. 4년 전 10초07 한국기록을 세운 정선에서 도쿄땅을 밟기 위한 마지막 도전에 나선 그는 최근 여러 부상 악재에도 사력을 다했으나 10초05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는 7월23일 개막하는 올림픽 육상 종목의 기준기록 인정 기한은 29일까지다.

김국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100m 최초로 올림픽 기준 기록(당시 10초16)을 통과하며 본선 무대를 밟았다. 앞서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10초16)과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10초07)도 기준기록을 통과, 세계 톱클래스 선수와 경쟁했다.

다만 이번 도전은 애초 쉽지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한 김국영은 올림픽 기준기록 통과를 위해 올해 주어진 대회에 모든 것을 쏟아야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대표팀 소집 훈련 기간에 종아리 부상을 입었다. 기준기록 기일이 얼마남지 않아 그는 다급하게 몸을 끌어올렸는데 결국 탈이 났다. 지난 5월 말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쳤다. 부상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김국영의 최근 저조한 기록을 두고 “운동을 게을리하는 게 아니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김국영은 마음을 다잡고 기준기록 통과에 마지막 기회였던 전국육상선수권을 겨냥했다. 끝내 기준기록을 넘어서지 못했으나 후회 없이 뛰었다. 기준기록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도 랭킹 포인트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데 가능성은 작다.

한국 남자 단거리는 김국영이 포기하면 누구도 세계 기준기록에 도달할 자가 없다. 그런 만큼 그 역시 마지막까지 9초대를 목표로 뛸 것을 다짐하고 있다. 김국영은 “어느덧 나도 한국 나이로 서른한 살이다. 선수 생활을 길어야 5년, 현실적으로 3~4년 정도 더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육상 환경이 어렵지만 나는 (2010년에) 31년 만에 100m 한국기록도 깨면서 큰 포상금도 받았고 여러 스폰서가 붙는 등 여러 혜택을 받았다고 본다”며 “이젠 내가 후배들을 위해 돌려줘야 할 때다. 중국, 일본이 선진기술로 (육상) 도약의 디딤돌을 놓은 것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선수 생활을 마치고 내가 가진 것을 후배에게 물려주겠다”고 강조했다.

김국영은 내년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겨냥해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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