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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우리나라 수산시장이 예전처럼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으려면 마트처럼 변해야 산다.”
수산물 전문가의 뼈 있는 조언이다. 온라인상에서 오랜 시간 ‘입질의 추억’으로 활동한 김지민 작가는 수산물과 관련한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수산업계의 성장을 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김 작가는 비린내 나고, 가격을 뻥튀기하는 등 기존의 안 좋은 수산시장 이미지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한편으로는 김 작가의 활동 덕분에 아저씨들의 취미라는 이미지가 박힌 ‘낚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또 최근 방송 프로그램 출연으로 수산물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그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이 프로그램의 스핀오프인 ‘난리났네 난리났어’에도 출연해 유재석과 조세호의 수산물 맛 길라잡이로서 역할을 했다.
국내 ‘유일무이’ 대체 불가 전문가라고 해도 무방한 어류칼럼니스트 김 작가가 전하는 수산물과 관련한 실용적인 이야기에 한 걸음 들어가 보자.
-어류칼럼니스트는 어떻게 된 건가.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수산물 소비량은 전 세계 1위다. 초밥은 일본이 1위지만, 해산물을 포함한 수산물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1인당 연간 약 58㎏으로 일본(약 50㎏·이상 2017년 기준)보다 많다. 그 정도로 수산물 소비가 많은 수산강국이다. 우리나라 면적이 작긴 하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다양한 수산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부정확한 수산물 정보가 많다. 어업 활동하는 분들이 한 어종을 두고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고, 정보도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래서 내가 10여 년 전 낚시하며 얻은 정보를 아는 선에서 정리했는데, 그게 어류칼럼니스트의 시작인 셈이다. 처음에는 내가 낚은 자연산 물고기 위주로 썼다가, 점점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해산물 위주로 영역을 넓혔다. 나만 아는 수산물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은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다.
-비전문가에서 이젠 어류칼럼니스트로 전문가가 됐다. 전문 지식을 파악하고 전달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내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는 한계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부정확한 정보들이 많다. 심지어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도 부정확한 게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쓴 글도 몇 년 지나서 보면 오류를 찾아낼 때도 있다. 과거와 현재 바다 환경이 달라지는 배경도 있다. 과거 양식하지 않았던 어종이 현재는 양식 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틀린 부분이 있어도 오류를 최대한 줄여나가기 위해 수산물 상인, 어부 등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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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도 학술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낚시를 17년간 한 게 큰 도움 된다. 낚시로 단순히 세월은 낚는 게 아니라 내가 낚고 싶은 어종의 생태를 연구하기 때문에 진짜 낚시꾼들은 어종의 생태를 웬만하면 꿰차고 있다. 전국으로 낚시를 다니다 보면 그곳에서 매일 낚시 하는 선장이나 가이드, 잠수부 등을 통해 어류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절대 알 수 없는 생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습득한 정보는 학문적으로 정의된 명칭과 다를 때도 있다. 이럴 땐 어류도감에 기술된 자료를 중심으로 뺄 건 빼고, 수렴할 건 수렴해서 정리한다. 그래도 확신이 들지 않으면, 결국 일찌감치 잘 정리된 일본의 논문이나 공신력 있는 전문 자료로 사실을 검증한다.
-학자들의 자료와 ‘입질의 추억’이 정리한 자료에 차이가 있나.기존 자료들은 석·박사 등을 취득한 분들이 오랜 세월 물고기의 생태계를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작성한 책이다. 모두 학술지 기반으로 작성했기에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너무 학술적인 글이나 명칭은 내가 가능한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선구자 역할을 한 기존 자료가 있기에 내가 이를 보고 연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다만 기존 연구자료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독 있는 물고기도 있는데, 이 종은 우리가 먹으면 안 되잖냐. 또 제철이 언제인지, 언제 먹어야 맛있는지 등 실생활과 관련한 팁들은 학술지에서 보기 힘들다. 학술지를 보면서 정작 궁금한 건 ‘그래서 언제 맛있는데?’ ‘얼마인데?’ 등이다. 이런 정보가 없으니 아쉬웠다. 그래서 내가 그런 부분을 보강한 책을 쓰고 있다. 결국엔 학술적으로 잘 다듬어졌어도 실생활에 적용하기 힘들면, 우리에게 필요 없는 지식일 수 있다. 내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수산물 이용 팁을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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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리 중인 게 현대판 자산어보(가제)라고?
한국어류대도감이라는 책이 있지만 굉장히 학술적이다. 나는 실생활에 도움 되는 팁을 가지고 사계절로 나눴다. 그 철에 먹으면 좋은 어류, 갑각류, 연체류, 패류를 계절별로 정리하고 있다. 해당 종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 그리고 주로 구입할 수 있는 구매처나 산지 등을 정리하고 있다. 제철, 먹어도 되는 부위와 안 되는 부위 등을 언급하며 정리하고 있다. 원래 올해 2월에 끝냈어야 했는데, 다른 활동 때문에 일이 많아서 지연되고 있다. 지금 1/4 정도 완성했다. 올해 연말까지 탈고해 출판사에 완성된 글을 넘기는 게 목표다. 내년 상반기쯤 출판을 목표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정리된 책을 본 적 없다. 베스트셀러가 되기보다는 스테디셀러가 되고 싶다. 이 책은 수산물 좋아하는 분들도 사겠지만, 예비 셰프, 식자재를 알아야 하는 직군에 있는 분들, 수산물 관련 종사자들, 주부 등이 하나씩 소장하면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종류도 300여 종이 될 것 같다. 종은 하나인데 명칭이 지역마다 다른 것도 정리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지식을 유지하려면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하지 않나.바다 환경이 계속 변하고 있다. 아열대 어종이 제주도를 잠식하고 있다. 기존 제주도에서 잡혔던 고기들은 안 잡힌다. 그러다 보니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의 종이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공부하는 거다. 내가 좋아해서 하는 것이기에 애로사항은 없지만 부담은 있다. 점점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 내 말 한 마디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사실 검정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사람이기에 사실 확인을 해도 오류가 안 나올 수 없다. 지금도 나는 내가 모든 수산물을 커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다. 내가 취약한 어종도 있다. 전국에는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상인이나 어부 등이 많다. 매일 생활 터전에서 자기가 다루는 어종에 관해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안다. 좋은 분들이라면 충고조로 말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댓글로 욕부터 시작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글 쓴다’는 반응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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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0년여 활동하면서 얻은 보람이 있을 거다. 우리나라 밥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나?
소고기, 돼지고기는 원산지가 분명하다. 도축된 고기는 고깃덩어리만 무게를 재지 않나. 그런데 수산물은 생물로 무게를 잰다. 뼈, 내장 등을 빼고 순살만 재면 반 이상 줄어든다. 게다가 저울, 원산지의 투명성 등이 신뢰 문제도 있다. 이 부분은 내가 꾸준히 지적했다. 부조리하거나 불합리한 흥정을 내 글로 짚었다. 우리나라 고급횟감인 다금바리는 인기가 많다. 잘 잡히지도 않고 비싼데 여기저기서 판다. 90%는 다금바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둔갑해 판매하는 거다. 이를 내가 심도 있는 글로 지적했더니 미디어도 주목해 이런 사례가 없어졌다. 또 돌잔치나 결혼식장에 가면 나오는 정체불명의 횟감이 문제였다. 원산지 표기도 없었다. 우리 입에 들어가는 건데 이게 무슨 물고기인지도 모르고 먹는 게 의문이었다. 그래서 해양수산부가 이를 고치는 규정을 내도록 글을 썼다. 이 외에도 오징어의 새끼인 총알 오징어의 남획 문제도 내 글로 해결했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소비량에 비해 수산시장의 이미지가 너무 낙후됐다. 변해야 될 게 있다면?사람들은 자신의 지갑을 열 때 내가 낸 만큼 들어와야 더 연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그게 되는데, 수산물은 의구심을 품는다. 손해 보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큰 요인 중 하나는 저울 무게의 투명성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트가 제일 편할 수밖에 없다. 마트는 이미 원산지와 어종 등이 무게까지 재서 포장된다. 소비자는 그냥 골라 구매하면 된다. 그런데 수산시장은 가격표가 없으니 일일이 물어봐야 하고, 가격 물어보면 ‘뭐 찾아?’ ‘얼마까지 보고 왔어?’ 등 동문서답한다. 내가 찾는 걸 물어보면 역으로 흥정하니깐, 그게 심리적으로 부담된다. 심지어 그냥 지나치면 뒤에서 욕하는 상인도 있다. 흥정, 호객 행위 자체 등 이런 분위기의 수산시장을 마트처럼 변해야 한다. 결국엔, 상인들이 80~90년대 하던 대로 하고, 변화한 사회에 못 좇아 와서 생긴 문제다. 이제는 바구니 문제도 몰래 중량을 늘리는 꼼수도 고쳐야 하고, 손님에게 바구니 무게까지 전가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에게도 신뢰가 생겨날 거다. 지금은 대부분 기존에 가던 중년층이 수산시장을 찾지만, 이런 점을 고친다면 젊은 사람들도 수산시장을 찾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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