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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거액을 들여 프리에이전트(FA)를 영입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빠르게 전력을 강화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상위권 진입을 노리는팀, 혹은 상위권에 자리한 팀이 FA 대형 계약을 체결한다.
지난 겨울에도 그랬다. 암흑기 탈출을 목표로 삼은 삼성이 토종 거포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오재일과 4년 최대 50억원 계약을 맺었다. SSG 또한 늘 고민거리였던 2루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최주환과 4년 최대 42억원에 사인했다. 유난히 FA가 많았던 준우승팀 두산도 부정적인 전망과 달리 집토끼 지키기에 전력을 다했다. 허경민과 최대 7년 85억원, 정수빈과 최대 6년 56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허경민은 NC, 정수빈은 한화와 영입 경쟁에서 승리했다.
더불어 디펜딩 챔피언 NC는 지난 5월말 미계약 상태였던 이용찬을 최대 4년 27억원에 영입했다. 시즌 중 마운드 보강이 필요함을 진단하면서 무적 상태였던 이용찬의 손을 잡았다. NC는 재활을 마친 이용찬을 올해는 중간투수로, 그리고 이후 선발투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 SSG, 두산, NC 모두 최소 포스트시즌 진출, 더 높게 보면 한국시리즈 무대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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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규시즌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순위표는 뜨거웠던 겨울 이적 시장과 차이가 있다. 삼성은 꾸준히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으나 삼성을 제외한 팀들은 기대보다 못하다. SSG는 토종 선발진 부상 이탈, NC는 시즌 중단까지 일으킨 사고로 인해 전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박종훈과 문승원이 나란히 이탈한 SSG는 선발진 한계와 마주하며 후반기를 1승 3패 1무로 시작했다.
NC는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이 사실상 후반기 전력에서 제외됐고 복귀를 희망했던 구창모도 수술 판정과 함께 시즌아웃됐다. NC는 후반기 첫 6경기에서 2승 2패 2무를 기록했다. 이용찬 영입 시점까지만 해도 2연속 통합우승을 머릿속에 그렸는데 이제는 포스트시즌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16일까지 SSG는 5위, NC는 6위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5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없었다. 심지어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4위팀에 승리한 경우도 전무하다.
두산은 두산 답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16일까지 시즌 전적 38승 41패, 승패마진 ‘-3’이다. 두산은 2014년 이후 매시즌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하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다. 지난 겨울 우승 주역들이 나란히 FA가 되면서 왕조 붕괴에 따른 리빌딩이 예상됐는데 허경민과 정수빈을 지켰고 김재호, 유희관도 잔류시켰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지금까지 모습은 예상보다 저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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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등 FA 대형계약자들의 활약이 기대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FA 대형계약 성공사례인 장원준, 최형우, 양의지 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그리고 이는 약 4개월 후에 맞이할 스토브리그와도 맞물려 돌아갈 수 있다. 김현수, 나성범, 김재환, 박건우, 황재균, 박병호, 손아섭, 서건창 등 네임벨류 높은 선수들이 가득하지만 지난 겨울만큼 시장이 뜨겁지 않을 수 있다. 기대 이하였던 올림픽 야구 대표팀, 그리고 이에 앞서 벌어진 음주 사고를 생각하면 그렇다. FA에 앞서 KBO리그 암흑기 재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구단도 관심과 흥미를 받지 못하면 지갑을 열 이유가 없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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